[프로농구] 삼성 홈서 기선제압 첫승

중앙일보

입력

삼성이 지키는 수원성은 높고 견고했다. 먼길을 달려온 LG의 1차 공성(攻城)은 실패로 끝났다.

삼성은 29일 수원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첫 경기에서 '만능 가드' 강혁(20득점)의 수훈에 힘입어 1백15 - 99로 승리, 기분좋은 출발을 보였다.

삼성은 외국인 듀오 아티머스 맥클래리(33득점.10리바운드.8어시스트)가 트리플 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고 무스타파 호프가 25득점.7리바운드를 올렸다. 강혁의 슛은 승부처에 집중됐다. 삼성은 어시스트 35개를 했다. 이는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기록이다.

LG는 '정찰대' 부터 투입, 삼성의 허점을 찾았다. SK와의 준결승에서 체력을 소진한 조성원.조우현.오성식 대신 이정래.구병두.김태진을 선발로 기용했다. 그러나 삼성은 쉽게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삼성은 1쿼터 9분만에 29 - 19로 앞서 기선을 잡았고 전반을 55 - 49로 리드, 분명한 힘의 우위를 보였다. LG는 리바운드수 31 - 31로 대등했으나 꾸준히 밀어붙이는 삼성의 뚝심을 견디지 못했다.

3쿼터 중반 LG는 조우현(15득점)이 삼성 문경은의 수비를 농락하며 연속 3골을 뽑아내 58 - 57로 뒤집었다.

표정이 일그러진 삼성 김동광 감독은 문선수 대신 강혁을 투입했다. 이 처방은 즉시 효과를 나타냈다. 강선수는 들어가자마자 깔끔한 3점슛을 터뜨려 60 - 58로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강선수는 LG가 62 - 62로 따라붙자 이번에는 골밑을 파헤쳐 64점째를 얹었다. "여기가 승부처" 라고 판단한 LG 선수들이 공격을 서두르다 연속으로 실책을 기록하면서 기회는 사라졌다.

강선수는 3쿼터에 팀내 최다인 11득점을 올려 정규리그 식스맨상 수상자다운 집중력을 자랑했다. 3쿼터 종료 1분 전 점프슛과 골밑슛으로 82 - 70을 만든 것이 그의 하이라이트였다.

패하긴 했으나 LG도 유감은 없었다. 조성원은 22분 동안 20득점, 슛감각만은 생생히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리바운드 수도 뒤지지 않았고 국내 주전선수를 모두 20분 정도씩만 기용, 체력을 아꼈다.

LG 김태환 감독은 "2차전은 오늘과 다르게 운영하겠다" 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수비의 팀 삼성을 상대로 99득점을 뺏어낸 김감독의 표정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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