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특집] ③더욱 거세질 용병 파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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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성적표는 외국인 선수의 활약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98년 용병 도입 원년부터 2명으로 제한돼있던 보유한도가 올해부터는 팀 당 3명보유, 2명 기용으로 활용의 폭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유한도 확대는 각 구단에게 단순히 주전급 선수 한명이 늘어났다는 산술적인측면 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팀의 약점을 보완할 수준급 용병을 영입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마운드에서 확연하게 나타난다.

지난 시즌 뛰어난 활약을 펼친 해리거(LG)와 기론(롯데), 파머(두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단이 주로 한방을 날리는 거포 영입에 치우쳤지만 올 해는 8개 구단전부가 용병 투수 한두명씩은 거느리고 있다.

더욱이 지금까지 국내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소방수 자리에까지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의 리베라가 임창용을 제치고 삼성의 마무리로 낙점됐고 누네스(한화)도 구대성의 빈 자리를 훌륭히 메우고 있다.

공격에서도 용병의 역할은 다양해지고 있다.

중심타선 뿐만 아니라 공격과 주루플레이에 두루 능한 재간꾼만이 넘볼 수 있는톱타자 자리를 빠른 발과 정확한 방망이로 무장한 타바레스(해태)가 확실히 점령했고 SK도 새로 데려온 에레라를 톱타자로 기용하고 있다.

핫코너인 3루에서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보여주고 있는 퀸란(현대)과 유격수 브리또(SK)만 보더라도 수비에서도 용병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시할 수 없다.

바야흐로 동료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인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활약하는 용병 전성 시대가 열린 것이다.

용병이 팀 순위에 미치는 영향은 시범경기에서 미리 엿볼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 돌풍을 일으킨 한화는 공수에서 꾸준히 제 몫을 해주는 데이비스와 3번 등판해 모두 세이브에 성공한 믿음직한 마무리 누네스의 덕을 톡톡히 보고있다.

에반스가 들쭉날쭉한 구위로 벤치의 신임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2구원승 방어율 1.00으로 성적은 괜찮다.

반면 최하위 SK는 선두타자로 기용하고 있는 에레라가 기대 이하의 기량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수위타자 자리를 노렸던 브리또마저 타율 0.250로 부진, 그렇지 않아도 열세인 팀 전력에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

롯데도 우승을 위해 데려온 칸세코(타율 0.138)와 얀(0.209)이 `공갈포'로 드러남에 따라 팀타율 최하위의 물방망이 구단으로 전락,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벌써부터 기대에 못미치는 용병은 바로 퇴출시킬 움직임을보이고 있다.

`용병 농사가 한 시즌 성적을 좌우한다'는 격언(?)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시즌에는 각 구단이 특히 이 말을 실감할 것으로 보인다.(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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