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외상, 김정은 결혼 묻자 헛기침 하더니 돌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뒷줄 왼쪽)과 북한 박의춘 외무상(뒷줄 오른쪽)이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훈센 총리 합동예방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자리를 찾고 있다. 둘은 인사도 하지 않고 비켜 갔다. [프놈펜=연합뉴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안보 관련 이슈를 다루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가 역내 27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12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렸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은 별도로 개최한 3자협의에서 안보협력을 위한 실무급 ‘운영그룹’을 구성해 워싱턴에서 운영키로 했다. 힐러리 장관은 “김정일 사망과 북한 미사일 발사로 우리는 예상치 못한 도전에 대응해야 했다”며 운영그룹 합의에 만족을 표했다. 또 최근 논란을 빚은 한·일 정보보호 협정에 대해 “파열음을 낸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겐바 외무상은 아무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남북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 훈센 캄보디아 총리 합동 예방(禮訪) 일정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으나 서로 외면해 싸늘한 남북 분위기를 엿보게 했다. 접견실 내에서 참가국 외교장관들끼리 서로 찾아 다니며 악수를 청할 때 남북 두 장관들은 인사도 나누지 않았다. ARF 자유토론 때는 김 장관이 박의춘 외상에게 악수를 청하려 다가가자 손사래를 치며 거부했다고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회의 때는 남북 외교장관이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눴다.

 박의춘 외상은 취재진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결혼 여부를 질문하자 헛기침을 하며 불쾌한 표정도 지었다. 북한 대표단은 당초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가 갑자기 취소해 김정은 문제 등이 이슈화할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신 영문 입장 발표문을 돌렸지만 박 외상 대신 2007년 사망한 백남순 외상 명의로 돼 있어 망신을 샀다. 한국 측 대표단 관계자는 “북측이 과거의 영문 성명을 카피해 문장을 만들다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의 기강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ARF를 무대로 김성환 장관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열고 북한 핵 문제와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박의춘 외상도 하루 전 중국·베트남·캄보디아 등과 양자회담을 가진 데 이어 12일에는 인도네시아 등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해 북한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를 비롯한 추가도발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대표단 관계자가 전했다. 김 장관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실천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박의춘 외상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지난 4월 로켓 발사가 평화적 우주 이용을 위한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고, 2·29 북·미 합의의 복원과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日언론 "北, 영변 경수로 건물 외형 대부분 완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