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 글쎄요… '현명한 이기주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생물의 행태는 '나' 를 위해 움직이게 마련이다.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환경)을 물리치고 스스로의 삶을 굳건하게 보존하는 일은 유전자가 개체에 부여한 사명이다.

따라서 생명체는 '이타(利他)' 보다는 '이기(利己)' 를 향해 움직이게 마련이다. 이같은 전제를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현명한 이기주의』가 제시하려는 새로운 가치에 별다른 반감을 갖지 않을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도덕성' 에 가려진 인성(人性)의 여러가지 진면목을 되새긴다. 사람의 본성에 관해 종교와 사회정의라는 이데올로기, 일반적인 통념이 덧붙인 거짓과 위선의 껍데기를 차례로 없앤다. '이기주의' 는 '현명함' 이 따르는 한에는 새로운 가치로서 다시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신의학자인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은 때론 아슬아슬하다. "도덕가는 소심하고 겁 많고 간이 작은 데 비해 무뢰한은 뻔뻔스럽고 대담하다.

도덕가라서 소심하고 순진해졌다기보다는 원래 겁이 많기 때문에 주어진 틀이나 길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는 식이다. 또 "도덕성이 발달하면 할수록 세상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해 먹이감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는 것이다.

일반인의 종교적인 관념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 '오른뺨을 맞거든 왼뺨을 내밀어라' 는 도덕적 이상론을 받아들였을 때 기뻐할 사람은 주위의 이기적인 자들이다" 거나 " '많이 보시할수록 공덕을 쌓는다' 는 말을 믿는 호인은 그 교단의 '밥' 이 될 것이다" 는 충고다.

말이 거칠다고 해서 '통념 뒤집어 보기' 식의 간단한 저술로 오해하면 곤란하다. 철학적으로는 서구 근대 철학에서 신을 부정하고 나선 니체를 토대로 했고 마빈 해리스의 인류학적 성과, 애들러의 심리학 등을 담았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이 세상에서 '완전한 이타주의' 는 금방 자멸하며, '완전한 이기주의' 는 주위로부터 배척당하고, '적당한 이타주의' 는 환영은 받겠지만 남의 봉이 되기 쉽고, 오로지 '적당한(현명한) 이기주의' 만이 성공할 것이라는 이유를 냉정하고 흥미진진하게 설명해간다. 한 번 잡은 책에서 손을 떼기 어려운 이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