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시즌 전망 (8) - 내셔널리그 신인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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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의 메이저리그는 새로운 밀레니엄의 두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올해는 다른 어느해 보다도 많은 변화가 준비되어 있다. 더 높아지고 좁아진 스트라이크 존이 타자들을 기다리며, 디비전 별 경기수의 변화로 인해 각 팀들은 같은 지구의 팀들과 두 배 더 많은 경기를 펼쳐야 한다.

그리고 올해도 변함없이 새로운 얼굴들이 메이저리그에서의 성공을 위해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았던 신인들은 싱글 A에서 바로 올라와 뛰어난 타격과 스피드로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왕까지 차지한 유격수 라파엘 퍼칼(20·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지난 10년간 최고의 좌완 투수 유망주라고 불렸던 릭 앤킬(21·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투수로 일본을 평정한 후 33세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두번째로 일본투수 돌풍을 일으켰던 아메리칸리그의 신인왕 가즈히로 사사키(시애틀 매리너스) 등 이다.

올해의 신인들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와 밀워키 브루어스의의 벤 시츠를 제외하면 작년만큼 뛰어난 신인들은 많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각 팀들이 자랑하는 대부분의 특급 유망주들은 올시즌을 더블 A나 트리플 A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 벤 시츠 (22·밀워키 우완투수)

내셔날리그의 신인왕 1순위로 꼽히는 선수이며, 지난 여름 시드니 올림픽 미국대표팀의 영웅이었다.

루이지애나 출신으로 199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위로 지명되어 입단했으며, 지난 시즌 더블 A-트리플 A를 거치면서 8승 8패 방어율 2.4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 입단 일년만에 마이너를 마스터했다.

지난해 9월 빅리그에 바로 올라갈 것이 예상됐으나, 팀은 그를 올림픽에 보냈고 시츠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커트 에인스워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로이 오스왈트와 함께 미국팀 선발 트리오로 활약했다. 특히 시츠는 쿠바와의 결승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면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전형적인 우완 파워피처인 시츠는 강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90마일 중반의 빠른 공, 각도 큰 커브, 체인지업을 모두 잘 구사한다. 또 홈런을 많이 허용하지 않으며 강속구 투수치고는 컨트롤도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강한 집중력과 승부근성 때문에 큰 경기에 아주 강하다는 점이다. 올시즌 이미 시범경기에서 1점대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어 선발진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된다. 전문가들은 그가 부상만 피한다면 2~3년 안에 밀워키의 에이스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2. 지미 롤린스 (22·필라델피아 필리스 유격수 · 우투양타)

80년대의 래리 보와(현 필라델피아 감독) 이후 필라델피아의 숙원이었던 유격수 자리를 해결할 지미 롤린스는 배리 라킨과 비교되는 공수주를 두루 갖춘 유격수이다.

96년 2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롤린스는 98년까지만 해도 마이너리그에 수두룩한 작고 빠르며 수비만 뛰어난 반쪽짜리 유격수였으나 작년부터 스윙을 짧게 바꾸고 근력 향상 프로그램을 통해 파워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유격수로서 좋은 공격력을 갖추게 되었다.

지난 시즌 트리플 A에서 타율 .274에 28개의 2루타와 12홈런을 쳤고 24개의 도루와 11개의 3루타를 기록하였다. 입단후 최대 볼넷수가 52개일 만큼 선구안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며, 초반에 성급하게 승부하려는 버릇이 아직 남아있으나 대신 뛰어난 배트컨트롤 덕분에 삼진도 많지 않다.(지난 시즌 볼넷 49개-삼진 55개)

더 기쁜 소식은 타자로서의 능력이 모든 면에서 계속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구안만 좋아진다면 그는 라파엘 퍼칼처럼 좋은 리드오프 히터가 될 수 있다.

수비능력은 이미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비해서 뒤지지 않을 만큼 발전해있다. 넓은 수비범위와 강하지는 않지만 빠르고 정확한 송구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키스톤의 더블플레이 파트너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매년 20~30개 이상의 도루를 할 수 있는 스피드도 가지고 있다.

보와 새감독은 작년 애리조나 가을리그에서 롤린스의 경기를 보고 주저없이 올시즌 팀의 주전 유격수로 그를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빨리 그가 더 이상발전이 없는 덕 글랜빌의 자리를 대신해 팀의 새로운 리드오프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당장 롤린스가 골드글러브와 올스타 유격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배리 라킨과 그를 비교하는 것도 어쩌면 아직은 성급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아직 어리고 라킨이 될 수 있을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라킨이 될지 데시 렐러포드가 될지는 앞으로 그의 노력이 결정할 것이다.

3. 페드로 펠리스 (2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루수 · 우투우타)

펠리스에게 2000년은 기억에 남을 만한 해이다. 팀은 94년 입단 후 타자로서 전혀 성장하지 못한 그를 거의 포기 상태에 있었다. 펠리스는 긴 스윙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선구안과 인내심 때문에 장점인 파워조차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다.

유망주로서는 마지막 기회였던 지난해, 펠리스는 스윙을 짧게 바꾸었고 인내심에서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홈런 파워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3년동안 고작 40홈런에 머물렀던 그는 작년 한 해에만 무려 33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타율도 .298로 처음 3할대에 근접했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에는 선구안이 좋은 선배들이 많아, 이들로부터 조언을 듣는다면 사사구 숫자도 계속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수비면에서 펠리스는 좋은 3루수다. 강하고 정확한 어깨를 가지고 있으며, 좋은 풋워크로 타구를 처리할 때와 송구 자세가 매우 안정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그를 지난해 퍼시픽 코스트 리그에서 가장 수비가 뛰어난 3루수로 선정하였다.

올시즌 샌프란시스코의 3루는 빌 밀러가 떠나면서 무주공산이 됐으며, 그 자리를 두고 베테랑 러스 데이비스와 펠리스가 다투는 형세다. 그리고 현재까지 시범경기의 성적만을 본다면 그 자리는 펠리스에게로 갈 것으로 보인다.

4. 로이 오스월트 (23·휴스턴 애스트로스 우완투수)

오스월트의 지난해에는 '신데렐라의 등장'라는 표현이 적합하다. 99년까지 오스월트는 휴스턴의 많은 재능있는 투수 유망주들에 가려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싱글 A 미드웨스트 리그에서 그는 13승을 거두긴 했지만, 방어율은 4.46이나 되었고 나이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그는 타자들의 리그라고 불리는 더블 A 텍사스 리그에서 11승 4패에 1.94의 믿기지 않는 방어율(이는 지난 10년간 텍사스 리그 최고의 기록이었다)을 기록하면서 일약 최고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또한 로스월트는 시드니 올림픽에서도 그는 한국전의 2경기에 출장, 13이닝동안 단 2점만을 허용하면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리 큰 체격은 아니지만(183cm, 77kg), 90마일 중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을 가지고 있으며, 33-188의 볼넷-삼진 비율을 보일 만큼 컨트롤도 뛰어나다. 특히 스트라이크 존의 바깥쪽 낮은 부분을 잘 공략하기 때문에 장타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으며 좌타자를 상대하는 요령도 잘 알고 있다. 또한 빠르게 떨어지는 커브와 수준급 체인지업과 함께 좋은 투구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번도 어깨나 팔꿈치에 부상을 당한 적이 없다.

위의 세 명과는 달리 오스월트는 당장 시즌 개막부터 메이저에서 뛰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상과 부진의 악령이 끊이지 않은 휴스턴의 선발진이 올해도 계속 무너진다면 우리는 생각보다 빨리 그를 엔론필드에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5. 커트 에인스워스 (22·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우완투수)

오스월트, 시츠와 함께 올림픽팀의 선발 투수였던 에인스워스는 이미 대학시절 빌리 코치(토론토 블루제이스), 케리 우드(시카고 컵스), 존 스몰츠(애틀란타) 등 수많은 빅리그 투수들이 받아온 토미 존 수술(인대이식 수술)을 경험했다.

이 수술을 받은 많은 선수들이 그렇 듯, 새로운 인대는 그의 직구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덕분에 수술 전 컨트롤에 의지했던 에인스워스는 90마일 중반의 빠르고 무브먼트가 뛰어난 패스트볼을 던지는 파워피처로 변신했다.

99년 에인스워스는 전미 대학 최고의 강팀인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에이스로 할약하면서 팀을 대학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았고,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4번째로 샌프란시스코의 지명을 받았다. 그가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24번에서야 지명된 것은 수술 경험 때문이었다.

에인스워스는 지난 시즌의 대부분을 더블 A 텍사스 리그에서 뛰면서 10승 9패 방어율 3.30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한번도 선발 출장을 거르지 않아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시즌 막판 빅리그에 도전할 기회가 있었으나 대신 시드니로 날아가 두번의 선발출장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미국이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시범경기에서도 12이닝동안 1개의 사사구만을 허용했고, 3.75의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위력적인 직구 외에도 빠르게 휘는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을 잘 던지는 에인스워스는 파워피처치고는 탈삼진 비율이 그리 높지 않다. 이는 때때로 타자들을 지나치게 의식한 에인스워스가 공격적인 승부를 꺼리기 때문이다. 또한 에인스워스는 지나치게 완벽한 컨트롤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매우 영리하고 대학시절부터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해 좀처럼 위기에 잘 몰리지 않는다.

이미 리반 에르난데스-러스 오티즈-션 에스테즈로 이어지는 젊고 유능한 선발진을 갖춘 샌프란시스코는 그에게 컨트롤을 좀 더 가다듬고 공격적인 투구스타일을 배울 시간을 줄 것이다. 하지만 선발진의 부상이나 5선발의 부진이 이어진다면, 에인스워스가 그 공백을 해결할 적임자이다.

※ 시즌 전망 홈으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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