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 ㈜리눅스원 김우진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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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원(http://www.linuxone.co.kr)의 김우진(31) 대표는 늘 두툼한 노트를 들고 다닌다.

''프랭클린 플래너'' .18세기 미국의 저명한 정치가이자 과학자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50여년 동안 들고 다니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내용을 기록하던 수첩에서 유래한 일종의 다이어리다.

김대표는 대학(고려대 전자공학과)과 대학원(반도체 회로설계 전공)에서 첨단 기술을 배웠지만, 자신의 스케줄과 실천 내용을 프랭클린 플래너에 일일이 볼펜으로 기록하는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로도 할 수 있겠지만, 글을 쓰게 되면 당시의 감정이 필체에 남고 정황도 파악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고 말한다.

리눅스원은 컴퓨터 운영체제(OS)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각종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개발해 파는 회사다. 기업용 서버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시장에서 이미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고,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자회사를 설립했다.

김대표는 "1999년9월 남들보다 빨리 리눅스 사업에 나서 시장을 선점한데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 이라고 자랑한다. 김대표의 부친(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도 IT업체를 이끌고 있어 업계에선 ''부자(父子)CEO'' 로도 유명하다.

- 스케줄 관리를 컴퓨터로 하는게 더 익숙하지 않나.

"컴퓨터에 기록하면 획일화돼서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프랭클린 플래너는 미팅이 많고 바쁜 생활에서 중심을 놓치지 않게 해 준다. 99년1월부터 사용했는데 너무 좋아서 직원들에게도 적극 권했다. 지난해 2월 전직원을 모아놓고 워크숍을 하면서 70분동안 내 경험을 중심으로 사용법을 강의했다. "

- 리눅스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모두가 함께 정보를 공유하고, 개발에 동참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

- 리눅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OS가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훌륭한 개발자만 있다면 얼마든지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리고 특정 업체가 소유권을 갖고 있지 않아 라이선스 비용이 필요 없어 무료이거나 돈을 받아도 싸다. 수많은 개발자들이 소스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어 개발 속도가 빠르고, 자연히 그만큼 보안성도 좋아 안정적이다. "

-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중화가 안되고 있다.

"소비자용 제품이 아직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화를 위해서는 교육사업과 기술지원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리눅스원의 경우, 99년 11월부터 리눅스 교육센터를 업계 처음으로 설치해 각종 리눅스 교육과 자격 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리눅스 교육도 추진 중이다. 기술지원 서비스도 강화해야 한다. 시스템을 산 고객은 기술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

- 닷컴 붐이 식으면서 리눅스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IT 전체가 침체돼 있지만, 리눅스 업체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요즘과 같이 소프트웨어 단속이 심하고, 소프트웨어를 사느라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 중에 리눅스를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의 OS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리눅스의 사업성은 충분하다. 대형 서버 벤더들이 속속 리눅스 개발에 참여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나. 리눅스가 OS시장을 평정하리라는 상정은 아직 금물이지만, MS나 유닉스와 비슷한 포션으로 시장을 확보해 나가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

- 국내 시장에서는 1위 자리를 굳혔는데.

"연간 매출이 2백50억원을 넘어섰다. 매출 대비 이익률도 8~9%에 이른다. 국내 시장에서 ''굳건히'' 1등을 해야 해외에 진출할 바탕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 목표는 이뤘다. 장기적으론 IBM이 경쟁사라고 생각한다. 2005년에는 계열사를 포함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해 세계 최고의 리눅스 기업이 될 것이다. 당초 2010년을 목표로 했는데, 2005년으로 당겼다. 시장의 흐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그만큼 리눅스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

- 해외진출은 잘 돼 가고 있나.

"사실 창업하면서 가장 목표를 크게 둔 부분이 해외 사업이다. 리눅스 시장이 초기 단계일 때 세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진출했고 지난 2월에 미국 실리콘밸리에 자회사를 세웠다. 인도.동남아시아 등 리눅스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어디든지 찾아 다닐 계획이다. 일단은 하드웨어 수출에 주력하고, 다음으로 최종 목표인 솔루션에 사력을 다할 계획이다. "

- 부자가 함께 IT사업을 하는데, 부친으로부터 도움받는 게 있나.

"아버지로서 뿐만 아니라 IT 비즈니스에 종사한 연륜과 경력으로만 봐도 배울 점이 많다. 아버지와 스타일이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아마 경영방식도 많이 다를 것이다. 특별한 경영수업은 받아 본 적이 없지만, 자라면서 보아 온 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연히 많은 장점들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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