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70~80% 고리대금업 1천4백여곳 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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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서민층을 대상으로 연 70~80%의 고금리 대출을 하는 대금업자가 전국적으로 1천4백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업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전국의 고리대금업자는 적어도 3천개를 넘을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말 현재 기타 금융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한 대금업자에 대한 실태 조사를 한 결과 법인 8백63개, 개인 5백49개 등 모두 1천4백12개가 영업 중이라고 25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해 대금업자들이 1999년보다 3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경기침체가 본격화해 서민층의 급전 수요가 늘면서 대금업자가 더 많아질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현행법상 국세청에 기타 금융업으로 사업자등록만 하면 설립할 수 있는 대금업체는 예금을 받는 수신행위는 할 수 없지만 여신행위에 대해선 법적인 규제와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아 고객들의 고금리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회사원 金모(36)씨는 월 15%의 금리로 5백만원을 빌렸다가 1년여 만에 2천만원으로 불어난 원리금을 갚지 못해 고리 대금업자가 협박하자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의 민원이 올들어서만 금감원에 40여건이 접수되는 등 고리 대금업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금감원은 시중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데도 고금리 대금업자가 많아지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상호신용금고 등 서민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금융기관이 줄었고▶여신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 뒤 제도권 금융기관이 몸을 사려 서민들이 대출받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A.C.P사 등 일본 자금이 투자된 대금업체의 경우 일본의 대금업체인 '사라킹' 을 모방, 전국에 수십개의 지점을 갖추고 수백억원을 대출하는 등 대형.기업화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이들을 감독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금감원은 ▶지나친 이자 취득을 제한하고▶여신 제공 상한선을 두는 등 대금업 규제법을 재경부와 협의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자를 연 29%로 제한하는 일본처럼 대금업자가 지나치게 높은 이자를 받는 행위를 막는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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