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측이 본 북한 조문단의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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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전명예회장을 조문하기위해 24일 서울에 온 북한 조문단에 대한 현대측의 반응은 대체로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현대측은 23일 오전까지 북측에서 조문과 관련,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자 조문단을 파견하지 않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조전을 보내는 선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현대는 북한이 예상을 뒤엎고 우리의 장관급과 맞먹는 인사를 조문단장으로 보내자 고인이 생전에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대북사업을 북한측이 여전히 비중있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반기는 모습이다.

이번 조문단이 북한의 `비정부 평화애호기구'로 알려진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멤버들로 구성돼 있지만 이 단체는 대남 협상과 대일본 외교를 맡으면서 금강산관광 등 경협사업을 전담하고 있어 현대의 직접적인 파트너다.

이 단체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인 김용순 위원장, 송호경.전금진.리종혁.김형우 부위원장과 그 아래에 강종훈 서기장(사무총장 역할), 실무를 담당하는 참사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간부급은 노동당 부부장이나 내각 상 및 부상급(우리나라 장차관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

현대와의 사업에서 아태평화위 김용순 위원장은 정주영 전회장, 송호경 부위원장은 정몽헌 현대건설 이사회 회장, 강종훈 서기장은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카운터 파트로 활동해 왔다.

또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 방북때 송호경 부위원장이 상대역할을 한 점으로 미뤄, 송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장관급에 해당되는 것으로 현대는 보고있다. 따라서 현대측은 북측이 이번에 장관급을 단장으로 한 조문단을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함께 송호경 부위원장과 정 전회장과의 관계도 관심거리다. 송 부위원장은 정 전회장이 지난 99년 9월 방북,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했을 때 배석했고 `평양실내종합체육관' 기공식때도 참가하는 등 정 전회장의 방북때마다 빠짐없이 직접 마중하고 현대와 경협문제를 논의한 파트너였다.

강종훈 서기장은 이번이 첫 방문이지만 현대아산과의 협력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98년 10월 정 전회장이 보낸 소의 폐사와 관련, 남북한 공동조사를 제의하는 공문을 현대측에 보냈는가 하면 금강산 관광객인 민영미씨가 억류됐을 때에도 현대측과 협상을 벌였었다.

현대 관계자는 "남북 경협사업의 물꼬를 튼 고인의 공로를 감안해 북한측이 상당한 예우를 한 것 같다"며 "북한 조문단의 빈소방문을 계기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해 남북 경협사업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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