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재일대한축구팀 눈물의 고별전

중앙일보

입력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길게 울렸다.광명시 복지관 운동장 스코어판에 새겨진 점수는 홍익대 5, 재일대한축구단 0.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유니폼을 벗을 생각도 않고 재일대한축구단 선수들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모두들 울고 있었다.

선수들을 달래던 코치도,감독도,자비를 들여 현해탄을 건너온 20여명의 응원단도 눈자위가 붉어졌다. 자책감과 부끄러움,허탈함과 아쉬움이 뒤섞인 묘한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졌다.누군가가 “수고했어,잘 했어”라고 소리를 쳤고 이에 호응하는 힘찬 박수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재일 거류민단과 조총련계 축구선수들이 ‘재일 남북 단일팀’을 만들어 처음 출전한 대통령배 축구대회. 네 팀이 묶인 조 예선에서 ‘1승’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세웠던 이들은 1,2차전에서 대학 강호 아주대·건국대와 팽팽한 접전 끝에 두 차례 모두 3-2로 아깝게 패했다.

예선 탈락이 확정됐지만 마지막 상대 홍익대와는 한 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결과는 어이없는 참패.누적된 피로에 체력과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때문이었다. 훈련량이 절대 부족한 순수 아마추어팀이 혈기방장한 20대 초반 선수들을 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강실(26)선수는 “함께 훈련한 시간이 적어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첫 출전이라 긴장도 많이 돼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어요”라고 아쉬워하면서도 “한 핏줄 아래 선수들이 모여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럽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음에 꼭 다시 올 겁니다”라고 말했다.

재일본대한축구협회 송일렬 회장은 “선수들이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실력을 더 쌓은 뒤 올해 말 FA(축구협회)컵에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라고 재회를 기약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