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델 컴퓨터사와 제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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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향후 4년간 한 회사에서만 20조원에 달하는 수출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D램 등 컴퓨터 핵심 부품에 대한 든든한 장기 수요처를 두게 됐다.

상대가 세계 최정상의 컴퓨터 업체인 만큼 IBM.컴팩컴퓨터.노키아 등 다른 대형 거래처와 가격.물량 교섭력을 높이는 효과도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델 역시 좋은 품질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다는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델의 제임스 밴더슬라이스 운영담당 사장(COO)은 "삼성은 1999년부터 우리가 원하는 최고 제품을 공급해 왔으며, 이번 제휴가 연구개발 분야까지 확대된 만큼 델의 시장 대응능력이 한층 높아질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휴는 메모리.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모니터 등 분야의 세계 1위 업체(삼성전자)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컴퓨터 시스템 제조업체(델)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국제 경제상황이 불투명해지고 반도체.컴퓨터.디지털 가전 등 제품이 복합.첨단화하는 추세에서 짝짓기에 성공한 상위 5위권 기업만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전자.정보통신(IT) 일류업체들의 합병.제휴 바람 속에서 해외업체와의 협력에 주력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램.S램.액정표시장치(LCD).모니터 같은 주력 상품과 플래시 메모리.광기록 재생 장치(ODD)등 전략 상품의 시장 선점을 위해 델처럼 시장지배력이 높은 업체와 파트너 관계를 늘려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의 전략적 제휴 역시 반도체 메모리.비메모리 제품의 세계 수위 기업간 짝짓기였다.

각기 D램과 중앙연산처리장치(CPU)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첨단 램버스D램과 펜티엄4 CPU를 결합해 타개하려는 것.

램버스D램을 오락게임기 사업 '플레이 스테이션Ⅱ' 에 채용한 일본 소니와 삼성전자가 제휴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기능형.동영상 휴대폰과 스마트폰 등 첨단 휴대폰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와 마케팅의 힘을 빌리고 있다.

홍승일 기자 hong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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