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액보험 운용주체놓고 생보·투신 막판 '기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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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채권.주식 등에 투자해 실적배당식으로 돌려주는 변액보험이 이르면 다음달 도입된다. 하지만 자산운용을 생명보험사가 직접할지 아니면 투신운용사에 맡길지 여부를 놓고 보험업계와 투신업계가 맞서 막바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감독원도 내부 이견으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 금융감독위원회는 16일 간담회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 변액보험이란〓보험과 펀드를 결합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기존 일반보험이 사고 보장과 함께 저축 이자식으로 일정액을 배당하는 것과 달리 변액보험은 배당액이 채권.주식 등의 운용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실적이 나쁘면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위험을 감수하며 고수익을 겨냥하는 투자자들에겐 제격이다. 생보사들은 일단 종신보험 형태로 최저 보장금을 정해둘 예정이어서 손실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게 됐다.

선진국의 경우 최근 우리 상황 처럼 실세금리가 낮을 때 인기를 끌기 시작한 상품이다. 미국은 전체 생명보험 시장중 변액보험이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이 상품이 본격 판매되면 주식과 채권 수요가 그 만큼 늘어나 증시 안정에도 한몫할 전망이다.

◇ 운용방법 논란〓누구에게 운용을 맡길지가 문제다. 보험업계는 상품을 판매한 해당 보험사가 책임지고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상품은 사고 때 보험금을 주는 보험상품의 일종인 만큼 투신사 펀드와 똑같이 취급해선 안된다는 것.

은행신탁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내부 방화벽을 쌓으면 투자자 보호에 이상이 없다고 보험업계는 주장한다.

하지만 투신업계는 주식.채권을 굴리면서 위험이 따르는 펀드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고객 보호를 위해 반드시 분리해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경우도 변액보험은 고객 납입금을 나중에 보험금 지급에 쓸 부분과 주식.채권 운용에 투입할 부분으로 철저히 나눠 운용 부분은 별도 뮤추얼펀드 등에 맡기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투신사들이 회사 고유계정과 고객 신탁계정을 뒤섞어 변칙 운용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회사도 부실의 늪에 빠졌던 우를 반복할 수도 있다" 며 "현재 투신업계 체계와 같이 판매회사와 운용회사를 구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은 결국 두 업계간의 밥그릇 다툼의 성격도 강하다" 면서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정부가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야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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