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내분에 경영 흔들

중앙일보

입력

종업원이 주인인 회사로는 세계 최대규모였던 미국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종업원들 간의 내분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새로운 실험으로 비상한 괌심을 모았던 유나이티드 항공은 한때 주가가 치솟는 등 순항했으나 지난해 여름 운항지연 사태가 불거지면서 주가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15일자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http://www.iht.com)지가 보도한 유나이티드 항공사 관련 기사는 종업원 지주회사의 명암을 분석하고 있다.

◇ 7년간의 부침(浮沈)〓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은 항공사간의 출혈경쟁으로 퇴출위기에 몰린 지난 1994년 7만5천5백명의 종업원이 지분의 55%를 사들이며 종업원이 주인인 회사가 됐다.

종업원이 주인이 되면서 초기에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내부 단결력도 강화되면서 95년부터 흑자로 돌아선후 96, 97, 99년에 큰폭의 흑자를 올렸다. 99년의 경우 1백80억달러 매출에 12억달러이상의 흑자를 올렸다. 97년 한때 주가는 주당 1백달러선까지 치솟았다.

흑자가 이어지자 회사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퇴직연금을 담보로 49억달러를 빌리면서 임금삭감에 동의했던 종업원들이 임금상승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99년 새로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 제임스 굿윈 사장은 영업망 강화를 위해 43억달러를 들여 US에어웨이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임금인상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종업원들이 동요했다.

이런 동요는 지난해 여름 유례없는 운항지연과 수천편의 항공편 운항 취소 사태로 표면화됐다. 조종사들은 단체협상 기간동안 태업으로 운항을 지연시켰고, 이에 항공기술자들도 동조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주당 60달러선이던 회사 주가는 곤두박질치기시작, 최근에는 30달러대로 추락했다.

◇ 실패의 원인은〓애널리스트들은 유나이티드사의 실패 요인을 7년간 종업원들이 진정한 주인문화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종업원들이 데려온 경영진과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킨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종사.승무원.정비사 등 종업원 그룹마다 서로 다른 이해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됐다.

실제로 초기 출범당시 조종사.정비사들이 각각 결성한 강성 노조와 비 조합원인 관리직원 등 3대 세력이 위원회를 만들어 회사를 이끌었다.

그러나 1만8천명의 승무원들은 참여를 거부했으며, 주식인수자금 차입을 위한 임금삭감 등 주요 현안마다 그룹별로 이해가 엇갈려 진통을 겪었다.

그때마다 종업원들의 표결을 거쳐 회사를 이끌고 가긴 했지만 임금삭감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불만이 수면아래서 증폭된 끝에 지난해 폭발한 것이다.

◇ 가능성과 한계〓전문가들은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종업원 주인회사가 되기에 종업원 수가 너무 많았다는 점부터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종업원이 주인인 회사가 1만1천여개 있지만 대부분이 5백명 미만의 사업장이다.

단국대 경제학과 김태기 교수는 "유나이티드사의 경우는 부채덩어리인 회사를 살리기 위해 종업원들은 반발하면서도 최대주주로 나서는 등 애당초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며 "종업원지주회사는 실제 개인별 지분이 작아 주가가 떨어질 경우 재산상의 피해가 자본가에 비해 훨씬 크다는 위험이 있는 반면 배당 등의 이득은 상대적으로 작아 잘 기능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sun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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