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美시장과 함께 추락하는 세계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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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금융불안이 유럽과 미국을 차례차례 휩쓴 뒤 다시 동남아시장에 타격을 주면서 전세계가 위기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지난 98년의 세계적인 금융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경기까지 하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게다가 미국 전통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도 심리적 저항선인 10,000선이 붕괴돼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기술주 버블 해소차원을 벗어나 전통 블루칩들의 본격적인 하락의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나스닥지수가 1,500까지 밀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아직은 많은 편이다.

미국시장이 상승세로 전환될 만한 모멘텀이 없어 지지부진한 조정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동반하락하는 전세계 시장= 전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18.23포인트(3.09%) 하락한 9,972.57로 마감됐다. 10,000선이 붕괴된 것은 작년 10월이후 처음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7.6%, 시티그룹 -7.2%, JP모건 체이스 -7.7% 등 금융주 3인방이 하락세를 주도했다.

2,000을 회복했던 나스닥 종합지수도 42.68 포인트(2.12%) 빠진 1,972.10으로 종료됐다.

이에 앞서 유럽시장도 떨어졌다. 하락률은 프랑스 CAC40지수 1.38%, 독일 DAX지수 2.83%, 영국 FTSE100지수 1.66%, 네덜란드 AEX지수 1.32% 등이었다.

이와함께 15일 오전 10시40분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11,596.6엔으로 전날보다 2.09% 내려간 상태다. 또 대만 0.44%, 싱가포르 1.74%, 말레이시아 1.39%의 하락률을 각각 나타냈다.

▲일본 금융시스템의 불안이 세계시장 급락 촉발= 유럽과 미국시장 하락의 핵심적 요인은 일본 금융시스템의 불안이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가 19개 일본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게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일본 금융기관의 도산가능성은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제휴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은행들에도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 금융불안은 전세계에 대출된 일본자금의 회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세계적 신용경색으로 확산된다는 의미이며 세계적 경기하강을 더욱 부추기게 된다.

게다가 일본시장의 침체는 엔화 가치하락을 초래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전세계의 기업들에게 타격을 주게 된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주식시장 위축→기업가치 하락→자선건전성을 위한 은행들의 보유 유가증권 매각→주식시장 하락 등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본주가는 85년 수준이다.

김석중 교보증권 이사는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불안은 세계 각국에 적지 않은 피해를 준다'면서 '문제는 98년 당시의 위기때와는 달리 전세계적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기까지 덮친데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통주 하락도 문제= 전날 미국시장에서는 다우지수 10,000선이 무너진데 따른 충격이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시장의 하락은 거품해소 과정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없지않았다. 그러나 다우의 하락은 미국시장이 경기침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많다.

대우증권의 김분도 연구원은 '작년 3월10일 나스닥시장이 최고점을 기록한 뒤 조정장세를 연출했지만 전통주를 대변하는 다우지수는 급락하지 않았다'면서 '최근 다우지수의 하락은 경기침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맹영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우지수의 하락은 전통주들이 이제 투자 회피처로서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투자자들은 전통적인 블루칩들이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미국시장 상승세 쉽지않아= 미국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일본발 위기감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국시장 안정여부는 오는 20일(현지시각)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폭에 달려있다. 현재로서는 0.5%포인트 인하가 유력하다. 다만 16일 발표되는 산업생산지수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 0.75%포인트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인하폭 0.75%포인트는 최근 10년간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리인하폭이 예상수준을 웃돈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1년정도 지난 뒤에나 가시화된다는 점에서 주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IT분야의 과잉투자와 재고누적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미국경기는 U자형을 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따라서 빨라도 2.4분기 중반에나 미국의 주가회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교보증권 김석중 이사는 '나스닥지수 1차 지지선인 1,850이 붕괴되면 1,550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면서 '추가적인 하락폭이 크지 않을 수도 있으나 문제는 상승 모멘텀이 없어 당분간 조정국면이 지속된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윤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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