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30) - 보스턴 레드삭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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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의 실패가 가장 아쉬웠던 팀은 어디일까? 총연봉 2위의 LA 다저스? 랜디 존슨-커트 실링의 원투펀치를 썩혀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6년만에 구경꾼 신세로 전락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정답은 페드로 마르티네스라는 최고의 투수를 보유하고도 가을의 축제에 참여하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일 것이다. 그가 시리즈 당 최소 2승을 보장해 줄 수 있었기에, 보스턴은 어떻게 해서든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어야만 했다.

불운은 계속됐다. 정규시즌이 끝나자 67년 동안 소유권을 유지했던 요키家는 구단 매각을 결정했으며, 보스턴시는 뉴 펜웨이 파크(New Fenway Park)
의 건립에 재정지원을 거부했다.

◇ 필승 카드

흔히 승리를 장담하는 '선발-마무리'의 조합을 필승 카드라고 부른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필승카드는 페드로 마르티네스-데릭 로우 콤보였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마르티네스(18승 6패 1.74)
는 만장일치로 2년 연속 사이영상을 수상한 최초의 선수로 등록됐다. 특히 그의 방어율은 리그 평균보다 3.35가, 2위인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
보다는 1.96이 낮은 수치다.

마르티네스의 빅리그 지배가 당연한 것이었다면, 로우의 활약은 놀라웠다. 톰 고든-팀 웨이크필드에 이어 풀타임 클로저의 바통을 이어받은 로우는 토드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와 함께 세이브 1위(42)
를 차지했지만, 내용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2.56의 방어율은 15세이브 이상의 마무리투수 중 최고였으며, 마무리는 물론 모든 불펜투수를 통틀어 두번째로 많았던 투구이닝(91.1)
은 그가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된 차별화된 마무리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것이었다.

◇ 최선을 다한 투수진

리그 1위의 방어율이 마르티네스의 후광 때문만은 아니었다. 라몬 마르티네스, 제프 파세로·피트 슈어렉·팀 웨이크필드·롤랜드 아로호·브라이언 로즈·오카 토모카즈 등 무려 12명 투수들이 총동원된 2-3-4-5번의 선발진도 제 역할을 다해냈다. 그러나 물량작전은 차선책일 뿐, 결코 최선책이 아니다.

마르티네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불펜도 1위를 차지했다. 리치 가르세스·레알 코르미어·로드 벡·히폴리토 피처도는 249이닝을 3.65의 방어율로 막아냈으며, 파세로와 웨이크필드도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좋은 방어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펜웨이 파크에서 투수진은 2년 연속 팀방어율 1위를 차지했다. 아쉬운 것은 오카·김선우·조진호·후안 페냐·팩슨 크로포드 등을 '영 건'이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 발목 잡은 타선

방어율 1위의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정답은 타율 13위·득점 12위·홈런 11위의 타선이 쥐고 있다.

칼 에버렛이 합류하여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도왔지만, 호세 오퍼맨은 최악의 리드오프 시즌을 보냈으며, 중고신인 브라이언 더박의 활약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트롯 닉슨은 지미 윌리엄스 감독의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으며, 존 발렌틴과 마이크 스탠리, 중간에 합류한 마이크 랜싱은 팀의 연봉만 깎아 먹었다.

타선의 슬럼프는 시즌 막판 절정에 올랐다. 보스턴은 마지막 16경기에서 7승 9패를 기록하면서 포스트시즌의 꿈을 버렸는데, 패한 9경기에서 타선이 올린 득점은 2.7점이었을 뿐이다. 특히 이 기간동안 그들의 경쟁자인 양키스가 3승 13패를 당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 양키스를 넘어라

올해는 레드삭스가 창립된지 100주년째 되는 해이다. 더욱이 구단이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은 프랜차이즈의 가치를 높힐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나 보스턴은 월드시리즈 이전에 지구 라이벌이자 심리적인 라이벌인 양키스를 먼저 꺾어야 된다. 보스턴은 마이크 무시나(양키스)
를 놓친 후, 방향을 바꿔 매니 라미레스를 통해 타선을 보강했다.

마운드에서의 물량작전도 계속된다. 보스턴은 수준급의 제2선발 영입에 실패한 후, 자유계약시장에서 데이빗 콘·노모 히데오·프랭크 카스티요·켄트 머커를 싹쓸이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그들이 양키스를 꺾기 위해서는 더 늘어난 19차례의 맞대결이 중요하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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