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에서 보안전문가로

중앙일보

입력

32세. 컴퓨터를 다룬 지 21년째.

최근 서버 등에 접근하는 해커의 흔적을 실시간으로 추적.기록하는 장치 ''로그세이버'' 를 출시한 디지털시큐(http://www.digitalsecu.com) 김성주(사진)전략기획실장의 이력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SW작성.암호 해독 등에 재능을 보이며 컴퓨터에 푹 빠져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회사를 차렸습니다. 직원이 10명이었는데 제가 제일 어렸죠"

하지만 회사를 운영하면서 학력.나이.배경을 따지는 우리 사회의 장벽에 부닥쳤다. "한 재벌그룹에 몇달을 고생해 프로그램을 납품했더니 대금은 주지 않고 몇달 뒤 계열SW사를 만들어 우리 제품을 팔더군요. "

실망한 그는 그 길로 군에 입대했고, 제대 후 프리랜서로만 일했다.

인생이 다시 바뀐 것은 엉뚱하게도 범죄에 연루되면서다. 그는 1998년4월 ''H은행 해킹'' 사건의 공범으로 구속된다.

그의 실력을 떠보려는 주범들에게 속아 은행 전산망을 뚫어 수십명의 계좌.잔액.비밀번호 리스트를 풀어낸 것이 화근. 다행히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는 ''사회봉사 명령'' 에 따라 검찰의 컴퓨터범죄 수사에 협조하게 된다. ''로그세이버'' 가 나온 것은 이 때 수많은 조사.수사에 참가하면서 얻은 결론.

모든 네트워크는 언제.누가 접속해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하게 돼 있는데 이것이 ''로그파일(log file)'' 이다.

문제는 ''해커''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는 점. 그래서 ''해커'' 의 기본은 자신이 다녀간 곳의 로그파일을 지우는 일이다. 로그파일이 기록.변조가 가능한 하드디스크 등에 기록되기 때문이다.

그의 아이디어는 단 한차례만 기록할 수 있고 변조가 안되는 CD-R을 이용하는 것. 한국.미국.유럽 등 10개국에 특허를 낸 그는 "비행기의 블랙박스에서 힌트를 얻었다" 고 소개했다. 실시간 기록.보안.암호화 등 몇가지 까다로운 기술을 더해 만들어진 신제품은 출시된 지 3주밖에 안됐지만 기업 보안관계자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는 "하드디스크와 달리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 해킹에 예민한 미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며 "모든 서버에 연결해야 하므로 시장성도 크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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