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청와대, 형님 버렸다' 보도 충격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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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이상득 전 의원의 서울 성북동 자택 창문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저축은행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전 의원은 3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다. [신인섭 기자]
이상득

검찰 출두를 이틀 앞둔 이상득 전 의원은 지난 주말부터 사실상 모습을 감췄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1일 오전 그의 서울 성북동 자택을 찾았지만 창문엔 커튼이 쳐진 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전날(6월 30일) 밤에는 불도 안 들어오더라”고 했다.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이 전 의원 부부가 예배를 빠뜨리지 않았던 서울 압구정동 소망교회에도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의 개인 휴대전화 전원은 지난달 29일 오후부터 꺼져 있었다.

 여권 주변에선 대검찰청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 의지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조심스레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 전 의원이 ‘이번엔 청와대가 형님을 버렸다’는 언론 보도에 큰 충격을 받아 아예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인사들은 “유구무언이다” “민망할 따름이다” “난감한 일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뜻이다.

 이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한 축이었다. 이 대통령을 대리해 사실상 ‘여의도’를 맡았었다는 게 정설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상왕(上王) 정치” “이명박-이상득 공동정부”라는 야유까지 나왔다. 그런 이 전 의원의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명박 정부 여느 실세들이 사법처리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명박 정부의 한 축이 무너져 내리는 셈이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청와대에선 그래서 여전히 “이 전 의원이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니 검찰에서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난달 초부터 얘기가 흘러나왔고 예상했던 일 아니냐. 대통령의 형이라도 잘못이 있으면 이참에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쪽이다.

 이 전 의원의 침묵은 이런 기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의원실 여직원의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의 출처 수사를 위해 소환을 검토할 때는 조사에 대비한 ‘예행연습’까지 하는 등 무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었다.

 이 전 의원의 측근은 “‘국민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이 전 의원은 변호인과 3일 소환조사에 대비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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