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보험 담보기간 제한 약관은 무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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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관계없는 고지의무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된 보험에 대해 암 담보기간을 제한하는 약관은 효력이 없다는 금융분쟁조정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암 진단.사망 등이 담보되는 보험상품의 보험료 인상 등 상품체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는 11일 신모씨가 T생명을 상대로 신청한 분쟁조정건에 대해 암 담보기간 제한 약관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에 대해 신청인 신씨에게 암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신씨는 남편 모모씨를 피보험자로 해 지난 97년 9월과 12월 암 진단.입원.사망이 담보되는 T생명의 연금보험 및 저축보험에 각각 가입했다.

모씨는 이듬해인 98년 5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으며 T생명은 모씨가 3년 전 지방간 진단을 받아 50여일간 투약치료 받은 사실을 계약시 고지하지 않았다며 암 진단비와 입원비를 지급한 뒤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모씨는 뇌종양 수술 및 방사선치료를 받다 99년 3월 사망했고 미망인 신씨는 T생명에 사망보험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T생명은 `암 진단후 암과 인과관계없는 고지의무위반으로 계약을 해지했을 때는 암 진단 확정시점으로부터 180일까지만 암으로 인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 규정을 들어 180일이 지나 사망한 모씨에 대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금융분쟁조정위는 이에 대해 암과 인과관계없는 고지의무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 암 담보범위를 축소하는 약관 규정은 상법에 위배된다는 법원 판례에 의거, 신청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T생명으로 하여금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해 12월19일 `보험수익자가 향후 기대할 수 있는 보험금이 축소되는 약관의 내용은 보험수익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으로 상법 제663조에 위배돼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과 분쟁조정위 결정은 현행 암보험 상품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것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게 되는 등 상품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서울=연합뉴스) 김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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