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사진가 집단 '매그넘' 한국 순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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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총을 든 미군들이 트럭을 타고 간다.뒤편으로는 그을음으로 시커먼 광야를 가로지르며 포장도로 한줄기가 하얗게 뻗어있다. 멀리 지평선 쪽에는 불기둥이 여기저기 솟고있다.유전이 타는 꺼먼 연기는 묵시록의 한 장면처럼 하늘을 뒤덮고 있다.

초현실적인 미래의 악몽을 보는 듯한 사진은 1991년 걸프전 당시 쿠웨이트 유전지대에서 브루노 바비가 촬영한 것이다. '기록을 예술의 단계로 끌어올린다'는 사진가 집단 '매그넘'의 이상을 체현한 작품이다.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집단으로 꼽히는 '매그넘(Magnum Photos)'의 작품사진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순회 전시의 일환이다. 회원 50명 전원이 참여해 1989년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99년까지 역사현장과 인간의 삶을 기록한 작품 4백51점을 전시한다. 원래 전시명은 '전환기의 세계(Our turning world)'.

한국언론재단과 한국방송공사가 공동주최하는 한국순회전은 '살아있는 전설 MAGNUM 사진대전'으로 이름붙였다.

서울 전시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10일-4월8일·02-580-1610)이어 대구 문화예술회관(4월13일-22일 ·053-652-0503),▶광주 비엔날레 전시관(4월27일-5월6일 ·062-521-7556)에서 차례로 관객을 맞는다.

매그넘 사진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58년, 93년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이번 전시에서도 저명 사진작가들의 체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90년에 제임스 나트웨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철책을 뜯어내는 손을, 레오나드 프리드는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거리의 전투장면을 포착했다.

같은 해 스튜어트 프랭클린은 천안문 광장에서 탱크앞에서 서있는 중국청년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새로운 역사의 서막을 예고했다. 쿠들카가 찍은, 바지선에 묶여 바다로 향하는 레닌 동상은 몰락하는 공산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92년 브루스 데이비드슨은 뉴욕 센트럴파크 사진은 일광욕 하는 시민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멀리 무리지어 서있는 마천루의 딱딱함과 절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98년 마르크 리부는 터키에서 이슬람 전통의상 차도르를 쓴 여인이 청바지를 입은 마네킹앞을 지나가는 시장장면을 포착했다.

넬슨 만델라,달라이 라마 같은 유명인뿐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다양한 삶도 볼 수 있다.또한 미국의 마약 소굴, 유럽의 낭만적 풍경,뉴요커들의 사랑과 분노,자연에 대한 경외,신을 향한 존경심 등 갖가지 소재와 주제를 담은 작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된다.

매그넘은 47년 로버트 카파,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로저, 데이비드 시무어 등 4명의 사진작가가 창립해 국제적 사진 에이전시로 성장했다.

회원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다'는 다큐멘타리 사진의 선봉에서 개성적인 작품을 찍어 왔다. 창립 멤버중 유일한 생존자인 브레송(94)도 이번 전시에 99년작을 내놓는다. 매그넘 본사는 파리, 런던, 뉴욕, 동경의 4곳에 있으며 한국인 회원은 없다.
입장료 일반 7천원,초중고 3천원.

http://www.magnumphotos.com
문의 02-737-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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