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건설 파산 결정 파장 리비아 공사가 '난제'

중앙일보

입력

법원이 9일 동아건설을 사실상 파산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직.간접적 피해를 보는 등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동아건설은 국내에서 1백30건(민간공사 20건.공공공사 1백10건) 2조3천8백50억원, 해외에선 14건(5개국) 70억달러(공사 잔액 4억5천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리비아 대수로 공사다. 리비아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경우 동아건설은 5억4천만달러의 미수금과 유보금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공사이행을 보증한 금융기관도 손해를 보게 된다.

이와 관련, 리비아 대수로청은 현지 법원에 동아건설 컨소시엄을 상대로 35억달러(약 4조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한편 서울지법 파산부에 13억1천9백만달러(약 1조6천5백억원)의 정리채권을 신고했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계약 당시 한국 정부가 입회인으로 서명했기 때문에 리비아측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어 자칫 외교 마찰로 번질 수도 있다.

정부는 동아건설이 파산하더라도 당장 법적 실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며 국내 업체의 대리 시공 등을 통해 공사를 책임지고 마무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리비아가 이를 받아들일지 불투명하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전체 공정의 95%를 끝낸 데다 공사의 성격상 다른 업체가 대리 시공하기도 어려워 리비아 정부도 동아건설이 공사를 계속하길 원할 것으로 본다" 며 "리비아측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고 말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남은 대수로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별도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설 법인이 동아건설로부터 리비아 공사 부분만을 떼어내 인수하고, 리비아와의 모든 권리.의무 관계를 승계해 공사를 끝낸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아파트 분양 계약자의 피해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 1만5천7백58가구 가운데 8천9백35가구가 분양 보증이 없는 조합주택이어서 다른 업체와 재계약할 경우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생길 수 있다. 대한주택보증이 분양 보증을 한 나머지 아파트는 공사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석달 정도의 입주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건교부는 분양 보증 아파트는 대한주택보증이 책임지고 공사를 마치도록 하고, 조합아파트는 보증회사와 주택조합이 협조해 원활하게 마무리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원자력발전소.도로 등 1백10곳의 공공공사는 시공사 교체에 따른 비용 증가와 완공 시기 지연 등 문제가 예상되고, 1천3백여개의 하도급 업체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는 파산 선고 이후에도 동아건설이 시공 중인 공사는 가급적 동아건설이 마무리하도록 하되, 동아건설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는 사업장은 공동수급 업체나 시공연대 보증인이 대리 시공토록 해 공사가 늦어지는 것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황성근.차진용 기자hs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