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급등으로 교역조건 크게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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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수입단가가 큰 폭으로 상승,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이 지난 88년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중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2.2(95년=100)로 지금과 같은 조건으로 지수를 산정한 88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또 99년의 82.4에 비해서도 12.4%나 악화된 것으로 하락률도 8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수입량을 의미하는 것으로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교역조건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수출단가가 전년대비 0.3% 상승, 거의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수입단가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14.4%나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수출단가가 5년만에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수입단가가 워낙 많이 올라 교역조건이 악화됐다"면서 "수입단가지수에서 원유를 제외할 경우 교역조건 하락률은 5.5%로 낮아져 국제유가가 안정되면 교역조건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역조건지수는 95년 100에서 계속 낮아져 96년 90.5, 97년 88.1, 98년 84.2, 99년 82.4 등을 기록했다.

한편 2000년중 수출물량은 기계류와 전기전자제품 등 중화학공업제품의 수출호조로 전년대비 20.9% 증가, 99년의 12.1%에 비해 증가율이 크게 높아졌으며 수입물량은 자본재 수입증가로 18.9% 늘었으나 99년의 증가율 29.0%에 비해서는 대폭 둔화됐다.

수출금액은 주로 물량증가에 힘입어 99년에 비해 19.9% 증가한 1천722억7천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금액은 단가상승과 물량 증가 등으로 99년에 비해 34.0% 늘어난 1천604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수출해서 번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량을 나타내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수출물량의 증가에 힘입어 99년의 148.2에서 2000년 157.0으로 5.9% 개선됐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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