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살 구덕순 할머니 "적게 먹고 일손 안놓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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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같으면 앉은뱅이로 지내다가 벌써 죽었을 거야. 하지만 이젠 수술받고 거뜬히 걸어다닐 수 있잖아. " 3년 전 96세에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받은 구덕순(具德順.99.서울 논현동) 할머니의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다.

할머니가 넘어져 엉덩이관절 뼈가 부러진 것은 1998년 2월. 밤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다 미끄러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 화근이었다. 가족들이 부축해 급히 인근 병원을 찾았다.

할머니는 의사의 권유대로 부러진 뼈를 잘라내고 금속으로 된 인공관절을 오른쪽 넓적다리 뼈에 박는 대수술을 받았다.

"처음에는 망설였지요. 하지만 요즘 증손자들 졸업식에 가고 고향인 경기도 팔당을 찾으시는 걸 보면 정말 수술받기 잘 했다고 생각해요. " 딸 유민숙(75)씨의 얘기다. 예전 같으면 병들고 약해진 몸으로 막연히 세월만 보낼 노인들도 의료의 도움으로 재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등 1백세 노인이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받는 사례가 10여건에 이르고 있다.

척추수술.노안수술, 심지어 성형수술을 받는 경우도 늘었다.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닥치면서 노인들 스스로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가 그만큼 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具할머니의 건강 비결은 평생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소식(小食)하는 것.

"어렸을 때 어른들이 너는 몸이 약해 서른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했어. 내가 아직까지 살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인명은 재천이야. " 할머니는 하늘 덕으로 돌렸지만 사실 그의 장수 비결은 위장이 나빠 적게 먹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평생 일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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