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 ADSL 진출, 출혈경쟁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케이블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두루넷이 한국통신과 하나로통신이 분점해온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망)부문 시장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시장판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DSL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한통과 하나로통신이 각각 시장점유율 67%, 30%(1월말 기준)를 차지해 사실상 2강체제가 구축된 상태.

그러나 한통과 하나로통신도 가입자 확보를 위해 100만∼120만원 이상 소요되는 설치비를 면제해주고 저가형 서비스 사용료도 적정수준인 5만원 선보다 크게 떨어지는 2만8천원∼3만원대까지 인하하는 등 출혈경쟁을 벌여왔던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제살 파먹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ADSL시장에 두루넷마저 뛰어들자 출혈경쟁 등 향후 시장 판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입자 85만명을 보유한 두루넷은 최근 기존의 광동축 혼합망에 ADSL모뎀을 연결하는 `두루넷 ADSL네오'' 서비스를 출시하고 ADSL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두루넷은 후발업체인 점을 감안, 기존의 업체에 비해 1천∼2천원가량 낮은 월사용료 2만8천원(부가세 별도)인 전송속도 1.5Mbps급의 저가형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한 뒤 내달부터 3∼4Mbps급의 프리미엄급으로 서비스를 확대, 금년말까지 10∼15만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두루넷측은 "ADSL모뎀과 DSLAM 등의 장비가격이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비용부담이 적어져 사업 초기에도 수익성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케이블망이깔린 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통과 하나로통신 등 기존업체들은 두루넷의 ADSL 시장 진입이 시장구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통신은 최대의 기간망 보유업체라는 이점과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두루넷의 진입에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

두루넷이 골리앗격인 한통 대신 주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 확실한 하나로통신도 `두루넷의 서비스가 순수 광망이 아닌 광-동축 혼합망을 이용했기 때문에 품질면에서 기존 ADSL서비스에 비해 떨어진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존 업체들이 내심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문은 두루넷의 사용료 추가인하. 한통과 하나로통신은 암묵적 합의를 통해 저가형 2만8천∼3만원, 고가형 3만8천원∼4만원대의 사용료를 내리지 않고 있지만 두루넷이 신규가입자 확보 차원에서 사용료를 더 인하할 경우 출혈경쟁을 재촉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후발 사업참가자들이 신규가입자 확보를 위해 기존 요금에 비해 턱없이낮은 요금을 책정했던 통신업계의 관행이 있는데다 두루넷 조차 `저렴한 사용료 전략''을 밝히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기존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초고속인터넷업체 관계자는 "아직까지 두루넷이 추가 사용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대를 낮출 경우 업체간의 출혈경쟁이 재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루넷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가사용료 인하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전송속도 등 품질로서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가 3개 종합통신사업자 중심의 통신시장 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두루넷의 ADSL부문 진출이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렴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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