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보기] 프로농구 감독들 "KBL 공부 좀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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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중에서도 농구는 규칙이 생명이다. 초 단위의 엄격한 규칙이 적용된다. 그렇다고 규칙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 맞춰 다듬어지거나 거꾸로 코트의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기도 한다. 그래서 규칙과 현실의 상호작용은 농구를 살아 숨쉬도록 하는 가장 긴요한 요소다.

농구는 규칙이 먼저 만들어진 특이한 종목이다. 원래 있던 종목에 규칙이 가해진 축구.럭비 등과 달리 농구는 1891년 제임스 네이스미스 박사가 창안한 규칙에 따라 경기가 시작됐다.

물론 농구 규칙이 원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현재 3초 제한구역의 넓이는 1930년대보다 세배나 커졌다. 이 구역이 좁아서는 장신 선수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점차 넓어진 것이다.

아마추어 30초, 프로 24초로 돼 있는 공격 제한시간도 원래부터 있던 규정은 아니다. 한 팀이 볼을 오래 소유해 지루한 경기가 빈발하자 제한규정을 도입했다.

이러한 규칙 개정은 분명한 현실적 필요에 의해 이뤄졌고 농구 발전을 앞당겼다. 3초 구역을 넓히자 스피드와 기술을 겸비한 센터가 양산됐고 공격시간을 제한하자 농구 특유의 박진감이 극대화됐다.

한국은 미국 선교사로부터 농구를 배웠고 프로농구도 미국(NBA)을 '학습' 하는 중이다. 그런데 학습이 잘못됐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한국농구연맹(KBL)은 다음 시즌에 대비, 규칙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정규시즌을 종전 5라운드(팀당 45경기)에서 6라운드(54경기)로 늘리고 외국인 선수 출전 시간을 제한하며 지역방어를 허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감독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우선 라운드 수를 늘리면 체력이 달리고 부상자가 늘어 경기 품질이 떨어질 염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방어도 현재로서는 도입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감독들의 설명이다. 외국인 선수를 특정 쿼터에 뛰지 못하게 하자는 KBL의 방안이 감독의 작전권을 제한해 경기력을 떨어뜨릴 소지가 있다고 반발한다.

감독들이 반대하는 데는 KBL의 의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감독들이 KBL을 불신한다는 점이다. 감독들은 "KBL이 현실을 모른다" 고 불평한다.

KBL 행정은 각팀의 단장으로 이뤄진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에 의해 집행된다. 감독들은 구단 입장을 앞세우는 이사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농구인 출신인 위원장들이 너무 무능력하다고 비판한다.

위원장들은 대개 1960년대에 선수생활을 끝내고 여러 직업에 종사하다 퇴직 후 KBL에 영입된 사람이다. 그래서 자연 현실감각이 뒤떨어지고 현안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며 과거의 영광에만 매달려 현실을 직시하지도, 세계 농구계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하지도 않는다고 감독들은 지적한다. 어느 한 감독은 "NBA를 제대로 베끼지도 못한다" 고 혹평한다.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KBL이여, 농구 공부 좀 더 해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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