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에 공적자금 또 들어갈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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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은행이 ㈜대우 홍콩 현지법인이 발행한 신용장에 9천1백만달러(약 1천2백억원)의 지급보증을 섰다가 대우의 계약 불이행으로 일본 업체에 이 돈을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제일은행은 그러나 일본 업체에 이 돈을 대지급하더라도 정부와 맺은 계약(매수자 면책 조항)에 따라 배상책임을 넘길 수 있어 결국 국민 부담(공적자금)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은 일본의 종합상사인 닛쇼이와이가 대우 홍콩 현지법인이 갚지 않은 신용장 대금 9천7백만달러를 대지급하라며 미국 뉴욕 지방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했다고 7일 밝혔다.

닛쇼이와이는 대우 홍콩 현지법인이 1999년 제일은행을 통해 발행한 신용장에 따라 무역거래를 해왔다. 그런데 수입자인 대우측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자 신용장 발행은행인 제일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제일은행측은 "대우의 불이행 채무가 신용장 보증 범위에 포함되는지를 놓고 의견이 달라 소송에 이르렀다" 며 "1심은 약식재판이라서 큰 비중을 둘 필요가 없고 2심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다" 고 주장했다. 제일은행은 최종 판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밝혔다.

뉴욕 지방법원은 항소를 하려면 배상청구액인 9천7백만달러를 공탁금으로 내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제일은행은 곧 산업은행과 국민은행의 보증을 받아 공탁 채권을 발행, 법원에 낼 예정이다. 제일은행이 최종 판결에서 지면 이 공탁금은 닛쇼이와이에 지급된다.

그러나 정부가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와 체결한 계약서에 매각 이전에 발생한 사유로 소송이 제기돼 패소할 경우 배상액을 정부가 물어주기로 돼있어 결국 공적자금으로 충당될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공사 박승희 이사는 "모든 기업 인수.합병(M&A)에는 소송이나 세금에 대한 매수인의 면책조항이 들어간다" 며 "신용장 발행이 매각계약 이전인 만큼 제일은행이 패소할 경우 예보가 배상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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