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24) - 뉴욕 양키스

중앙일보

입력

우승이 확정되자 조 토레 감독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들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이 그 정도의 감격일 만큼 양키스의 지난 시즌은 무척이나 힘든 한 해였다.

87승은 토레가 부임한 1996년 이후 최저승이며, 최강의 전력을 보였던 98년보다는 27승이 적은 수치다.

양키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자멸로 비교적 손쉬운 지구우승을 따냈지만, 그들의 월드시리즈 3연패를 장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양키스는 돈주고도 못사는 전통의 힘을 발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시애틀 매리너스-뉴욕 메츠를 차례대로 누르며 통산 26번째의 월드시리즈 타이틀을 따냈다.

◇ 고인 물은 썩는다

98년 이후 양키스 타선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들은 1번부터 9번까지 화려하진 않지만, 팀배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타자들로 구성됐고, 그동안 사라졌던 '브롱스 폭격기'의 명성도 되찾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통해 이제는 수정이 필요함이 밝혀졌다.

A : 141 - 123 - 105 - 91

B : 324 - 317 - 285 - 283

A는 97년 이후 티노 마르티네스의 타점 변화이며, B는 같은 기간동안 폴 오닐의 타율 변화이다. 더불어 공포의 9번이었던 스캇 브로셔스의 공격력도 오클랜드 시절로 돌아갔다.

3번과 5번이라는 중심타선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양키스의 생산력을 크게 줄지 않았는데, 이것은 버니 윌리엄스와 데릭 지터, 그리고 포수 호르헤 포사다의 활약이 주효했다.

특히 조 지라르디의 방출로 풀타임을 보장받은 포사다는 28홈런-86타점을 기록하며 이반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못지 않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후반기에는 구원군도 투입됐다. 인디언에서 양키로 혈통을 빠꾼 데이빗 저스티스는 타율 .305 20홈런 60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양대리그에서 40홈런을 날린 세번째 선수로 등록됐다.

1루수-우익수-3루수에 이은 2루수에도 구멍이 생겼다. 척 노블락의 리드오프 능력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악송구에 대한 강박관념은 더 심해졌고, 노블락은 타격 부진이 아닌 수비 불안 때문에 경기를 결장해야만 했다.

◇ 썩어도 준치

양키스의 지난 시즌을 힘들게 했던 쪽은 타선보다는 마운드였다.

'퍼펙트 게임'의 데이빗 콘은 처참하게 무너졌으며(4승 14패 6.91)
, 시즌 내내 팔꿈치 부상에 시달렸던 올랜도 에르난데스는 허약한 시즌을 보냈다.(12승 13패 4.51)

에드 야날에 이어 제 5선발의 중책을 맡은 라미로 맨도사는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마감했고, 유망주들을 퍼주며 데려온 데니 네이글도 아무런 힘이 되지 못했다.

반면 더 이상의 무임 승차를 거부한 로저 클레멘스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해 맹활약하며, 양키스의 새로운 실세로 떠올랐다. 클레멘스는 허벅지 부상에서 돌아온 후반기에만 7승 2패 3.15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처분 대상 1순위었던 앤디 페티트도 19승으로 되살아났다. 특히 그가 포스트시즌에서 올린 5승은 가뭄에 내린 단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불펜도 좋지 않았다.

맨도사의 착출로 어느정도의 약화를 감수하고 출발했던 불펜은 그동안 견실한 역할을 했던 마이크 스탠튼과 제이슨 그림슬리가 부진하며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의 방어율을 2점대로 끌어올렸다. 지난 해 양키스의 불펜 방어율은 리그 10위(4.52)
에 불과했다.

◇ 흔들린 미래

그동안 양키스가 전력 상승의 많은 부분을 거물급 선수의 영입으로 충당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팜에서 배출한 스타도 즐비하며, 팜이 튼튼했기에 빈번한 트레이드도 가능한 것이었다.

여전히 양키스는 최강의 팜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해에는 좋지 않은 소식만 배달됐다.

'출루율 5할'의 닉 존슨은 손목부상으로 시즌을 날렸으며, 빅리그에서의 맹활약이 예상되던 디엔젤로 히메네스는 교통사고로 목을 다쳤다.

또 한명의 내야 유망주, 알폰소 소리아노는 끔찍한 한 해를 보냈고, 에드 야날과 드류 헨슨은 양키스를 떠났다. 조지 스타인브레너의 지갑이 아무리 두텁더라도 이건 아니다.

◇ 후보 아닌 후보

양키스의 우승비용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스토브리그에서 양키스는 마이크 무시나를 건졌지만, 쓸만한 타자는 구하지 못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불안요소는 곳곳에 산재되어 있다. 제프 넬슨마저 떠난 불펜이 가장 취약하며, 하향세에 접어든 중심타선도 불안하다. 노블락의 어깨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하지만 그들을 월드시리즈의 우승 후보가 아니라고 말할 정도로 용기있는, 또는 무모한 사람은 없다.

Joins 김형준 기자<generlst@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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