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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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사고의 마법 : TED글로벌 2012 첫째 날 이모저모

6월 26일 화요일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린 TED글로벌 2012 콘퍼런스. 연사별 자세한 사항은 blog.ted.com을 참고하세요. [사진= 제임스 던컨 데이비슨]

"혁신"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겁 없는 발명가가 어려운 실험을 강행하는 모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폭풍 속에서 연을 날린다거나 라이트 형제가 키티 호크(Kitty Hawk) 바닷가에서 비행기를 날리는 모습처럼 말이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일생일대의 18분짜리 강연을 위해 초대된 사상가들이 모인 TED글로벌 2012 콘퍼런스 첫날의 모습은 좀 달랐다. 강연자들은 연이어 연단에 올라 우리가 정보와 자료, 기술, 통찰력을 막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했을 때만 가능해질 비약적인 발전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부분이 혁신에 관한 한 모이면 모일수록 좋다라고 하는 듯 보였다.

디지털 선지자 돈 탭스콧(Don Tapscott·사진)은 "중요한 기로"라는 주제로 진행된 첫 번째 세션에서 인류의 역사는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발명된 이후부터 지식 공유를 지향해왔다고 말했다. 탭스콧은 비즈니스 계의 근황부터 아랍의 봄 사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최근 사례를 들어 진보는 협력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정보나 지적 재산권을 사적으로 지키려는 노력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정보의 시대가 아닌, 네트워크화된 지식의 시대이자 광대한 약속의 시대입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탭스콧은 다음과 같이 아름다운 비유를 들어 그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전달했다. "저는 최근에 자연을 공부해왔습니다. 벌은 떼로 다니고 물고기도 무리 지어 다닙니다. 찌르레기는 밤이 되면 함께 날아와서 모든 상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관 중 하나를 연출합니다." 수천 마리가 모여 형성된 찌르레기 떼는 포식자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성긴 형태를 이루어 함께 물에 발을 담그고 다이빙하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있지만 리더는 없습니다. 그것이 모든 종류의 정보를 공유하는 개방성입니다. 저는 이것을 보고 매우 큰 희망을 얻었습니다."

이어진 세션의 말미에서는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총사령관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James Stavridis)가 오픈소스 모델을 적용했을 때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2세대 안보에 대한 그의 생각을 주제로 대담한 강연을 펼쳤다.

"안보를 위해 벽을 세우는 대신 우리는 다리를 지어야 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오픈소스 안보는 나라 간, 관계 부처 간, 민관 사이를 연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전략적 의사소통으로 사회적 네트워크 내에서 그들을 한데 묶어야 합니다. 오픈소스 안보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효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연결해두는 것입니다."

"땜장이 창조자들이 한다"라는 주제로 이어진 두 번째 세션에서는 수많은 분야가 연결된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나 손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생물학자 엘렌 조겐슨(Ellen Jorgensen)은 누구나 자료와 실험실 장비에 접근할 수 있는 DIY(do-it-yourself, 스스로 만드는) 생명공학 실험실을 칭송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은 '생명공학 실험실에서 제가 뭘 할 수 있겠냐?'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개인용 컴퓨터가 있으면 무엇에 쓰겠냐고 묻던 시절도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컴퓨팅 구루이자 아두이노(Arduino)의 개발자인 마시모 밴지(Massimo Banzi)는 오픈소스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같은 효과를 보았다. 아두이노의 사용자들은 단순한 마이크로 컨트롤러를 활용해서 인터넷으로 수화를 단어로 번역해서 보여주는 장갑이나 물이 필요할 때 식물이 스스로 트위터로 메시지를 보내는 장치 등의 제작 방법 등을 공유했다.

ONE.org를 이끌고 있는 빈곤 퇴치 활동가 제이미 드러몬드(Jamie Drummond)는 집단사고를 사용하는 것이 국제 정치 영역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전세계적 수준의 새로운 밀레니엄 개발 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 대해 대중적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사용된 계획의 경우를 그 예로 들었다. 밀레니엄 개발 목표란 2000년 국제연합(UN) 본부가 2015년 이내에 전세계에 퍼져있는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교육 기회를 늘리기 위해 설정한 의제를 말한다. 그 때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연합과 정부에서 임명한 기술 관료들은 20세기식 엘리트 상명하달 방식의 폐쇄적 절차를 밟아가며 목표를 재설계하느라 바쁜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라면 웹과 리얼리티 텔레비전과 같은 정보 전달체계를 사용해서 세계적 차원의 여론조사를 하는 편을 택하겠다고 했다.

이 날의 마지막 세션인 "블록 쌓기"에서는 교육으로 주제를 옮겨갔다. 신경과학자이자 예술가인 보 로또(Beau Lotto, 2009년 TED강연 링크)는 과학 연구를 지적으로 경직되지 않은 아이들과 공유하고 싶은 바람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로또는 자신의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 대해 들려주었다. 실험 주제는 벌이 사람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었다. 물론 일부 크레용으로 작성한 부분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본인이 수행한 실험에 대해 아이들은 적절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결과는 한 학술지에 실렸고 첫날 온라인 상에서 3만회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사진= 제임스 던컨 데이비슨]

이 실험에 참여했던12살의 에이미 오툴(사진)은 "과학이 따분한 과목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누구나 무언가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는 것도요."

새로운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강연자들의 더 많은 TED강연을 한국어 아이튠즈 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작성 : 케이트 토고브닉, 번역 : 이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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