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피치] 보이지 않는 전력 '캐미스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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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경기장에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뭔가요?

시원하게 펼쳐진 넓고 푸른 잔디? 전광판에 적힌 두 팀의 출전선수 명단? 또는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 아니면 더그아웃에서 턱을 괴고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는 감독?

우선 우리의 시선을 끄는 이런 것 말고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바로 더그아웃 뒤 공간입니다. 선수들이 운동장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장소, 즉 라커룸과 식당, 그리고 실내 훈련장을 일컫는 '클럽하우스' 지요.

클럽하우스는 더그아웃 뒤편에, 그러니까 관중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소에 위치해 있는데 여기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납니다. 코치가 선수에게 비디오를 통해 장단점을 알려주기도 하고, 선수들끼리 사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감독이 선수들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집합' 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하지요.

야구 용어 가운데 '클럽하우스 케미스트리' 라는 것이 있습니다.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클럽하우스의 상관관계' 라고 할 수 있지요. 바로 이 클럽하우스의 상관관계는 선수단 전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클럽하우스 케미스트리는 언뜻 생각하면 '팀워크' 와 같은 의미로 느껴지지만 약간 다릅니다. 팀워크에는 그라운드에서의 행동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좋은 팀워크를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클럽하우스의 케미스트리가 좋아야 합니다. 선수단의 선후배간 질서가 원만해야 하고, 전체를 위해 '총대' 를 멜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며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수들이 주류를 이뤄야 합니다.

선수는 자신의 능력을 숫자로 표현된 성적으로 평가받습니다. 타자의 경우 3할=좋은 타자, 30홈런=장거리포, 1백타점=해결사로 인정받습니다. 또 10승=선발투수, 방어율 3.00이하=에이스급, 30세이브=확실한 마무리투수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한가지 잊어서는 안될 것이 있습니다. 그 선수가 클럽하우스 케미스트리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도 중요합니다.

최근 임창용(삼성)이 트레이드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우승제조기' 김응룡 감독은 한 시즌에 30세이브가 보장되는 그를 왜 내팽개치듯 홀대할까요. 구단에서는 왜 연봉을 1억8천만원이나 주면서 '없어도 좋다' 는 듯 팔짱만 끼고 있을까요.

그의 숫자(성적)에 집착해 감싸 안았다가는 곧바로 클럽하우스가 어지러워진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겁니다. 30세이브는 얻을 수 있지만 '팀은 져도 자기가 홈런을 때린 날은 집에 돌아가며 웃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거지요.

그를 통해 '등 뒤의 이름이 아닌 가슴에 새긴 이름을 걸고 뛰어라' 는 야구계의 금언을 선수단 모두가 가슴 속에 되새겨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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