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불운 털어낸 앨런비

중앙일보

입력

`불운의 골퍼' 로버트 앨런비(30.호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닛산오픈(총상금 340만달러) 우승으로 겹겹이 쌓였던 불운과 작별을고하고 톱플레이어로서 새 출발을 준비했다.

6명이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 펼치는 진기한 장면속에 우승컵을 안은 앨런비는 호주에서 가장 촉망받던 아마추어 선수로 20세가 되던 91년 프로로 데뷔, 호주투어신인왕을 꿰차는 등 '장미빛 미래'를 설계했었다.

유럽투어에 합류한 앨런비는 96년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3위까지 치솟으며 그레그 노먼 이후 세계 무대를 노릴 기대주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뜻하지 않은 불운이찾아왔다.

유럽투어 시즌을 마치고 스페인에 머물던 앨런비는 그해 10월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를 잃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것. 가까스로 목숨만은 건졌지만 몸은 만신창이가 됐고 아내를 잃은 충격까지 겹쳐앨런비는 선수생활을 그만둬야할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클럽을 다시 잡았고 97년 브리티시오픈 10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한 뒤 99년 PGA 퀄리파잉스쿨에 나서 17위를 차지하며 PGA에 돌아왔다.

마침내 앨런비가 재기에 성공한 것은 PGA 투어 2년째인 지난해. 앨런비는 4월 셀휴스턴오픈에서 크레이그 스태들러와 연장 4번째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생애 처음 PGA 투어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고 이어 7월 애드빌 웨스턴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2승을 수확했다.

앨런비는 몸과 마음이 다같이 망가진 역경을 딛고 일어선 대표적 사례로 꼽혀 지난해말 미국골프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재기선수'로 뽑혀 오는 4월 마스터스대회 장소인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에서 시상식을 가질 예정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앨런비는 연장전에서만 3전 3승을 올려 역경을 이겨내며 닦은 강심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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