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 촘스키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 관심

중앙일보

입력

존경받는 미국의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의 신간 '실패한 교육과 거짓말'(아침이슬.8천5백원) 은 책 읽는 이의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든다.

변화하는 세상사에 몽롱해진 머리에, 그리고 촘스키 말대로 '신자유주의라는 뻔뻔한 논리' 에 내리치는 한방이 이 책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이 교육문제를 다룬 것처럼 보이나(원제 역시 그렇다) 실은 중남미와 동유럽 문제 등 촘스키의 단골주제들이 총출동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물론 우리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독립 학자' 의 최근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텍스트다. 책에서 촘스키는 현재 미국의 신자유주의 내지 보수주의를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을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게 할 극단의 보수주의" (60쪽) 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자신의 주장이 반미(反美) 구호로 들릴지 모른다고 짐짓 물러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촘스키는 더 나간다. 레이건 전대통령을 포함한 우파 정치가들은 '국가 통제를 우선시한 반동' 이라는 것이고 따라서 '노동자들에 의한 지배와 연대에 기초한 사회' 라는 비전이 의연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촘스키는 그런 비전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존 듀이의 사상이자 '찬양받아야 마땅한 미국적 전통' 이자 '애플 파이 만큼이나 미국적인 전통' 이라고 거듭 선언한다.

이 신간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 대목, 즉 촘스키의 지적 성장의 젖줄을 밝히는 대목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18세기 고전 계몽운동에 뿌리를 둔 진보적 자유주의' 라고 언급된다.

미국교육의 허구성에 대한 지적 역시 이 책의 중요한 대목. 촘스키는 미국교육이 '기존의 권력구조를 지탱하도록 사회화되는 과정' 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즉 통제와 억압의 시스템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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