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리츠마 '더이상의 좌절은 없다'

중앙일보

입력

인생에 있어 인연의 끈이란 무엇일까? 작년 8월말부터 신시내티팜 소속의 선수가 된 크리스 리츠마에게 이런 물음은 의미있는 질문일 것이다.

캐나다 캘거리 출신인 그는 지난 1996년 캐나다 소속 선수로는 최초로 드래프트1라운드에서 보스턴 구단의 지명을 받았었다.

1997년 19살의 나이까지 그는 전도유망한 우완투수였다. 1996년 여름 프로에 뛰어든 첫해 그는 걸프 코스트리그에서 7경기에 등판 방어율 1.35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97년 그는 싱글에이 미드웨이스리그 소속의 미시간으로 보내졌고 이곳에서도 그는 9경기에 선발등판해 방어율 2.90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그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끝없이 높이 오르기만 할 것 같던 그해 6월이었다. 그해 6월4일 그는 시합도중 투수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은 오른손 팔꿈치가 깨지는 부상을 입으며 수술을 위해 보스턴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이 부상이 그에게 하나의 인연을 맺게 될지는 그 아무도 알수 없었다.

같은해 팀 내링은 잘 나가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주전 3루수였다. 96년 타율2할8푼8리에 홈런 17개를 기록하며 95년 3할대의 타율보다는 못했지만 주전선수의 자리를 지키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97년 여름까지도 그는 계속해서 몇 년간 이어온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였다. 리츠마처럼 그도 경기중 오른쪽 어깨의 부상을 입으며 경기장을 떠나야 했고 그 또한 수술대에 올라야만 했다.

그리고, 리츠마와 내링은 수술후 같은 병실에서 나란히 누워있게 되었다. 그때, 그들은 그것이 인연인지 알지 못했다.

내링은 수술후 선수로서의 복귀를 포기했고 그는 고향 신시내티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야구에 대한 미련은 그를 신시내티 레즈의 프론트에서 일하도록 만들었고 그는 1999년부터 신시내티구단의 선수육성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한편, 리츠마는 선수생활 복귀를 위해 애썼지만 그의 복귀는 더디고 많은 아픔이 따랐다. 1998년 그는 단지 12이닝만을 투구하는데 그치며 팔꿈치의 통증으로 다시 열달동안을 마운드에서 떨어져 지내야 했다.

그가 마운드로 돌아온 것은 지난 1999년 이었고 싱글에이 사라소타에서 그는 4승10패 방어율 5.61을 기록했다. 예전보다는 못했지만 부상후 거둔 성적치고는 괜찮은 것이었다. 그해 겨울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는 리츠마에 대해 룰5드래프트의 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부상이 완벽하게 낫지않았음을 안 탬파베이는 리츠마를 2000시즌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둘 의향이 없음을 밝히고 보스턴에 2만5천달러를 받고 그를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그것은 탬파베이의 실수였음이 밝혀졌다. 작년시즌 그는 사라소타에서의 11번의 선발등판경기에서 3승4패 3.66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시즌중 더블에이 트렌톤으로 승격되었다. 그는 그곳에서의 14번의 등판에서 7승2패 방어율 2.58을 기록하며 탬파베이의 실책을 확실하게 보여주게 된다.

트렌톤에서 그는 다시 과거의 인연과 조우한다. 스탠드에서 상대 선수들의 면면을 주목하고 있던 리츠마는 내링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당시 내링은 예정된 트레이드를 위해 선수들을 물색중이었고 그 선수중에 한명은 바로 리츠마였다. 리츠마는 자신을 내링에게 소개했고 내링또한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과거의 만남을 기억해내었다.

그후 (8월31일 단테 비셋의 보스턴의 트레이드로) 리츠마는 동료 존 커티스와 함께 신시내티의 선수가 되었다.

리츠마가 신시내티팜소속으로 데뷰전을 가진 것은 아리조나 폴리그였다. 그는 이곳에서 25이닝동안 1.44의 방어율과 2세이브를 기록하며 내링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특히 그의 기록이 의미를 지니는 것은 선발투수로서의 임무에만 익숙해있던 그가 중간 계투요원으로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는데에 있다. 이러한 점은 그의 올시즌 빅리그 등판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신시내티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릴리프 역할, 그러나, 현재의 허약한 선발투수진은 그의 역할 변경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베이스볼아메리카 선정 2001년 신시내티 레즈 유망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이 10번째로 올라있는 것을 볼수 있다.묘한 인연의 끈은 다시 두 사람을 연결해 주었고 리츠마는 보스턴이 아닌 이번에는 신시내티의 유망선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리츠마는 부상을 입기전 195센티미터의 큰 신장에서 뿜어나오는 95마일에서 97마일의 강속구를 자랑하던 선수였었다. 현재 그의 직구최고 속도는 90마일 초반대, 아직 오른쪽 팔꿈치부상의 공포에서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구와 함께 그의 커브와 체인지업은 수준급이다.또한 구석 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과 타자상대 요령도 그의 뛰어난 점중 하나이다.

그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부상을 입었던 오른쪽 팔 부위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꾸준히 강화시키는 것과 좀 더 많은 투구로 오랜 기간 결장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점이다.

19살의 나이에 주목받는 선수의 자리에 올라섰던 리츠마, 이제 23살이 된 좀 더 성숙한 투수로 성장하기 위해 그에게 시련과 인연은 그를 기다렸던 것 같다. 리츠마 그에게 더 이상의 좌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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