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반도체주 반등여력 전혀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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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시장이 연 이틀 개장초부터 내내 약세를 보이는 ‘미끄럼틀’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연초부터 장을 달구던 유동성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 전날부터 ‘반도체주의 대표주자’삼성전자와 ‘통신주의 대명사’SK텔레콤이 각각 20만원선이 무너지며 지수하락을 주도해 향후 장세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현재 우리 증시에서 반도체주와 통신주는 거래소와 코스닥을 불문하고 관련주까지 모두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세계증시에서의 사정은 우리와 다소 다르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견해다.

먼저 통신주의 경우는 비단 한국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시장에서의 약세가 지속되며 단기간내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무선인터넷’을 테마로 초강세를 보이던 세계통신주들이 이같은 나락으로 떨어진 핵심이유는 다름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3세대 이동통신 IMT-2000사업 때문.

지난해 처음으로 IMT-2000사업을 선정한 영국과 독일을 필두로 상당수 국가들이 주파수경매를 실시하면서 이들 나라의 통신사업자들은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이동통신에 대한 장밋빛기대속에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금액을 일시에 지출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IMT-2000사업의 수익전망이 과대평가돼있으며 IMT-2000의 가입자당 가치는 당초 영국 등지에서 산정된 것에 최저 수십분의 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들 사업자는 회복불능에 가까운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주요 투자은행들은 지난해에 이어 브리티시텔레콤 등 이들 통신사업자가 막대한 투자 및 금융부담과 낮은 수익성으로 올해도 주당순익과 기업가치가 지속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통신업체의 주가는 전세계에서 모두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정은 좀 다르다. 음성통화사업에서 이미 막대한 이익을 축적한 SK텔레콤 등이 지극히 낮은 수준의 부담금만 내고 자체 수익내에서 IMT-2000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의 최근 약세는 외국인한도 49%가 다 차버린 상태에서 세계적 통신주약세로 외국인들이 이를 소폭 매도하자 기관과 개인들이 과잉반응한 탓으로 가치하락전망보다는 장세에 따른 현상이라는 것이 분석가들의 주류적 견해다.

이는 비단 SK텔레콤뿐 아니라 한국통신, 코스닥시장의 한통 프리텔과 엠닷컴, LG텔레콤이 모두 약세를 보인다는데서 어느 정도 입증되고 있다.

다만 과잉투자와 구조조정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초고속인터넷업체 등 유선사업자들의 경우는 하락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는 올해 전 세계시장의 전망이 모두 어둡다는데 국내외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세계증시에서 반도체주에 가장 영향력있는 애널리스트인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조나산 조셉은 “반도체의 업황호전기미는 전혀 없으며 낮게 잡은 현 실적전망치도 최대로 선전할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특히 올 1분기가 반도체주에 최악의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경우 21일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모두 보합세로 마감됐으며 지수구성상 다소 문제는 있으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폭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도체주의 바닥이 가까왔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도체주들이 이미 지난 주말이후 어두운 업황전망에 한때 급락세를 보였었고 이날의 보합세는 선조정의 결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반론이 광범위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의 약세역시 충분한 하락조정을 거치지 않은 결과로서 개선기미없는 반도체업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현대전자, 아남반도체 등 반도체 제조업체는 물론 대덕전자,미래산업과 코스닥시장의 주성엔지니어링, 아토, 실리콘테크 등 수십개에 달하는 반도체 재료 및 장비업체들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영증권의 양신호 애널리스트는 “당분간 세계증시에서 통신주나 반도체주들이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어 보인다”며 “국내 증시의 경우 세계증시맥락과 다소 다른 면은 있으나 세계적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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