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먼 “파생상품 투자 손실은 내 실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4월 발생한 20억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나 금융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JP모건 주가는 1.57% 상승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1차전은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의 판정승’.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의 13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 후 나온 월가의 평가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 은행위 의원들은 그동안 별렀다. JP모건이 지난 4월 런던사무소 트레이더의 파생상품 거래로 최소 2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보자 월가 개혁의 고삐를 바짝 죌 절호의 기회로 봤다. 특히 월가 금융회사가 자기자본으로 투기적인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이른바 ‘볼커 룰’ 도입을 추진할 명분도 섰다. 다이먼은 그동안 앞장서 볼커 룰 도입을 반대해 왔다.

 그러나 자타가 인정하는 ‘월가의 대변인’ 다이먼도 녹록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4월 초 런던사무소의 사고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이번 일은 찻잔 속의 태풍”이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듯했던 ‘말실수’에 대해선 화끈하게 “전적으로 내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의원들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질 틈을 주지 않은 것이다. 그러고는 “당시로선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비롯한 관련 책임자들이 일회성 사고라고 하는 보고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며 “부하 직원을 믿지 않을 도리가 있느냐”고 빠져나갔다.

 런던사무소가 투자한 파생상품은 투기가 아니었느냐는 추궁에 대해서도 그는 “만약 당시 금융위기가 불거졌더라면 우리는 거꾸로 큰 이익을 봤을 것”이라며 “투기가 아니라 위험회피였다”고 반박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3개월 전인 지난 1월 위험평가 모델을 바꾼 게 결과적으로 런던사무소에 투기적 거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당시 나는 위험평가 모델을 바꾸는 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구체적으로 보고받지 못했다”고 둘러댔다.

 회사에 손실을 끼친 임원들에게까지 거액의 보너스를 준 건 적절치 않다는 의원들의 비판엔 “사내외 조사가 끝나는 대로 환수하겠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그러나 그는 청문회 후 CNBC-TV 인터뷰에선 보너스를 포함해 2300만 달러에 달하는 자신의 연봉에 대해선 반납할 뜻이 없다고 딱 잘랐다. 방어로 일관하던 다이먼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이 도마에 오르자 발끈했다.

 민주당 로버트 메네데즈 의원이 “금융위기 당시 JP모건은 2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다이먼은 “당시 구제금융을 받은 건 우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부탁 때문이었다”고 받아쳤다. 월가 4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위기에 처하자 가이트너 장관이 다이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JP모건이 선뜻 이에 응해 오히려 정부를 도왔다는 것이다.

 다이먼의 능수능란한 대응에 결과적으로 이날 상원 은행위는 20억 달러 손실에 대한 책임소재를 제대로 밝히지도 못한 채 정회했다. RBC캐피털마켓 제러드 캐시디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다이먼 회장의 오늘 청문회로 그런 우려가 말끔히 가셨다”고 말했다. 이날 JP모건 주가는 은행주 평균보다 높은 1.6% 오름세로 마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