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수요예측과 회선임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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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예측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리콘 칩의 생산량은 물론 다가올 휴가철에 유행할 장난감 종류까지도 알아맞혀야 한다.

온라인 사업을 하려면 더 많은 예측이 요구되는데 그중에는 웹사이트 하나가 얼마나 많은 회선(대역폭 :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할 것인지를 추정하는 일도 포함된다. 이렇게 세세한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멋진 웹사이트와 잦은 접속불량에 시달리는 웹사이트의 차이를 결정짓는다. 이런 예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십만 달러의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스포츠 레저용 차량 주인이 휘발유를 사는 것보다 더 자주 회선을 임대해야 하는 쿼카 (Quokka.com)社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쿼카는 인터넷 스포츠 방송사로서 스포츠 이벤트를 위한 웹사이트를 구축, 운영한다. 이 회사는 주요 사업 파트너인 인텔 및 퀘스트(Qwest), 혹은 브리티시 텔레컴(BT)이나 AT&T 등 이벤트 스폰서로부터 각 사이트에 필요한 회선을 임대한다.

다른 대형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쿼카는 하나의 회선을 고정으로 임대하지는 않는다. 대신 매달 어느 정도의 회선을 임대할 것인지 미리 결정한다. 물론 정확한 양을 추정하는 일은 결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쿼카의 수석부사장 파스칼 와티오는 “그 일은 거의 예술에 가깝다. 게다가 참조할 만한 자료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해당 이벤트의 성격이 회선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시청자들은 내국인들로 제한돼 있는가 아니면 외국인들도 포함하는가, 이벤트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 시청률은 어떠했는가 등의 요소다.

웹진처럼 규모가 작은 사이트는 2Mbps(초당 100만 비트)의 회선을 필요로 하는데 이 경우 매월 2000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아마존닷컴 같은 대형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Gbps(초당 10억 비트)는 좋이 필요하며 이 경우 월 사용료는 100만 달러가 넘는다.

웹사이트 하나에 필요한 대역폭을 추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그 사이트의 월 방문자 수와 홈페이지의 파일 크기를 곱하는 것이다. 물론 오디오나 비디오 같은 멀티미디어 파일의 경우에는 더 많은 회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의 결과 필요한 회선을 ‘기본 회선’과 ‘비상 회선’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이중가격 체계가 태어났다. 기본 회선이란 한 웹사이트가 한 달에 기본적으로 임대하는 회선을 말하고 비상 회선은 예기치 않은 트래픽 급증의 경우에 대비해 예약해 놓는 별도의 회선을 말한다. 이는 일종의 회선 보험과도 같다.

트래픽 패턴이 일정한 웹사이트들은 비상 회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음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쿼카 같은 웹 방송사에게는 비상 회선 계약은 반드시 필요한 보호조치다. 스포츠 경기 종반의 논쟁거리처럼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트래픽 유형은 엄청나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트래픽이 임대한 회선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쿼카의 와티오는 새 웹사이트를 구축할 때마다 회선 필요량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뭔가를 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으며 또 다음번에 그 경험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쿼카는 작년 시드니 올림픽 중계 사이트 NBC올림픽스닷컴 운영을 통해 회선 데이터를 입수했다. 그러나 이 데이터는 차기 올림픽 중계를 위한 회선 수준을 논의할 때는 거의 쓸모가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얻은 정보는 2월 중 출범할 대학야구 사이트 파이널포닷넷 (FinalFour.net)처럼 시청자들의 성향이 유사한 사이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NBC올림픽스닷컴의 성공은 지난 3년간 쿼카의 회선 수요예측 능력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잘 보여준다. 쿼카의 올림픽 기술책임자 리처드 버먼은 “우리는 회선 상한선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지 않았다. 그것이 해결책이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웹사이트 벤치마킹업체 키노트 시스템스(Keynote Systems)社에 따르면 작년 시드니 올림픽 첫주 동안 쿼카가 운영하던 NBC올림픽스닷컴의 접속성공률은 경쟁업체 ESPN닷고닷컴 (ESPN.go.com)의 96.5%보다 높은 98%였다.

물론 회선 공급업체가 약속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회선 수요예측만큼이나 중요하다. 웹사이트와 회선 공급업체가 서비스 수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계약은 고객 웹사이트가 회선 공급업체에 지불한 금액에 상당하는 양의 회선을 제공받으며, 만약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형태로 보상받을 것인지를 명시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회선 공급업체들은 고객이 누구든지간에 천편일률적인 내용의 계약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주 캐너스 인스탯(Cahners In-Stat)社의 애널리스트 대릴 스쿨러는 웹사이트들에게 공급업체가 던져주는 계약서를 그냥 받지 말고 시간을 들여 직접 계약서를 작성하라고 충고한다.

와티오도 “모델 계약서가 있게 마련이지만 회사 실정에 맞춰 세부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쿼카가 서비스 수준에 관한 계약서를 체결할 때 협상 리스트에 항상 포함시키는 사항은 가동시간, 추가 회선 공급 여부, 문제발생시 대처방법 등이다. 와티오는 서비스 수준 계약이야말로 회선 공급업체와 체결해야 할 계약 내용의 핵심이라고 지적하며 쿼카는 웹사이트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서비스 수준 계약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 수정한다고 덧붙였다.

쿼카는 장차 스포츠 이벤트 수를 475개에서 5200개로 확대할 예정이기 때문에 서비스 수준 계약에 관련된 작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필요한 회선을 정확히 예측하는 일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이 일을 제대로 할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생중계에 주력하고 있는 쿼카로서는 만회할 기회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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