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 추진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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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미 퀄컴이 `동기식IMT-2000 그랜드컨소시엄''에 참여키로 공식입장을 밝힘으로써 동기식 IMT-2000 사업이 힘을 얻게 됐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이고 퀄컴은 동기식IMT-2000 기술의 뿌리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의 원천기술 보유업체여서 양사의 참여는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하나로통신이 주도하고 있는 기존 컨소시엄이 `그랜드 컨소시엄''으로 외형을 갖추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랜드컨소시엄의 등장은 동기식IMT-2000 사업자를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는 정보통신부의 명분을 살려주는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

그러나 그랜드컨소시엄이 내달 중순 사업권을 획득하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우선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업체중 주도적 사업자가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다.

그랜드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삼성전자는 이미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에도 통신장비를 납품해야하는 입장에서 동기식 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김운섭 상무는 15일 ''통신장비 제조업체로서 동기식 그랜드컨소시엄이 구성돼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한통과 SK텔레콤의 관계를 고려해 그랜드 컨소시엄에 1%의 지분만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일기업으로 가장 많은 10%의 지분을 참여하는 하나로통신의 경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업체로 평가하기에는 무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LG는 여전히 ''동기식은 사업성이 없어 참여하지 않겠다''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머지 국내업체로는 정보통신 중소기업협회(PICCA) 소속 회원사 100여개사를 비롯해 65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만한 간판기업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랜드컨소시엄의 또다른 축인 해외 통신업체로는 유일하게 퀄컴이 참여했을 뿐 미국의 버라이존이 참여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등 해외 통신사업자들의 참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당초 정통부가 희망했던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국내 통신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정보통신 중소벤처기업과 해외 통신사업자들로 구성된 그랜드컨소시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주도적 사업자가 없을 경우 사업허가 신청에서부터 사업권 획득이후에 이르기까지 참여업체들간 불협화음 등 상당한 시행착오가 우려된다.

또 1조1천500억원에 달하는 출연금 등 향후 투자비 조달문제는 그랜드컨소시엄 참여업체들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10% 지분을 참여키로 했지만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삼성전자의 경우 1%만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나머지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출연금 조달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랜드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이 출연금을 2천200억원으로 감면해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정통부에 제출키로 한 것도 출연금 등 자금마련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와함께 비동기 사업자인 SK텔레콤 및 한통 등과 경쟁하게 되는 동기식 IMT-2000의 사업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점도 그랜드컨소시엄 구성업체들에게 불안요소로 남아있다.

동기식IMT-2000의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그랜드컨소시엄 참여업체들의 이탈이 예상되고 이는 곧 그랜드컨소시엄의 와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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