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벤 시츠, '이제는 빅리그'

중앙일보

입력

"메이저리그에서도 금메달을 따겠다."

지난해 시드니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3안타 무실점 완투로 아마 최강의 쿠바의 타자들을 꼼짝 못하게 했던 투수 벤 시츠(21)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의 활약으로 한국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주었던 시츠를 올 시즌에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시츠는 곧 시작될 메이저리그 밀워키의 스프링캠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참가한다. 물론 캠프에서의 훈련 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밀워키의 코칭스태프는 그를 유력한 5선발 후보로 올려놓은 상태. 최소한 메이저리그 입성 정도는 무난할 전망이다.

1999년 드래프트에서 밀워키에 1순위(전체 10번)로 지망된 이후 그의 프로선수 생활은 뛰어난 기량과 함께 행운도 많이 따라줬다. 사실 시츠에게 있어서 올림픽 출전은 행운과 다름이 없었다. 올림픽에서의 활약은 단숨에 그를 메이저리그의 기대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올림픽 발탁 당시 시츠는 겨우 트리플A에 막 올라온 상태였다. 당시 다른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일약 대표팀의 에이스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것은 명장 토미 라소다를 만날 수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시츠의 뛰어난 피칭을 본 라소다는 그를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했고 시츠는 그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또한 메이저리그 진입에 있어서 밀워키의 허약한 투수진도 그의 빅리그 입성을 앞당기는데 큰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지난 시즌 당당히 메이저리그 에이스급으로 떠오른 제프 다미코(25)를 제외하고는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는 밀워키의 투수진은 적어도 올시즌 시츠가 많은 등판기회를 가질 수 있는 좋은 환경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의 장점은 역시 185cm, 88kg의 당당한 체구에서 나오는 최고 95마일의 빠른 직구와 낙차 큰 싱커를 들 수 있다. 그외에도 커브와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사용하는 시츠는 그의 투구 스타일이 종종 뉴욕 양키스의 마이크 무시나(32)와 비견되기도 한다.

특히 올림픽 결승과 같은 큰 경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뽐낼수 있는 두둑한 배짱은 시츠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빠른 볼에 비해 그의 변화구는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도 만만치가 않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구와 체인지업을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츠에게 있어서 올시즌 초반에 그에게 쏟아질 기대와 이목을 과연 어떻게 잘 견딜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일단은 팀으로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그가 높은 기대의 벽을 넘어서 한단계 더 성숙해 질 수 있다면 밀워키를 내셔널리그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가 이 벽을 넘지 못한다면 메이저리그와 아마야구의 격차를 실감하면서 다시 마이너리그의 쓴맛을 맛보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시츠는 올림픽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인가. 벌써부터 올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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