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냉기 감도는 일본 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상승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에 다시 냉기가 감돌고 있다.

1999년에도 상반기 중 회복세를 보이다 하반기엔 다소 휘청거렸다.

2년 연속 상반기 '온탕' , 하반기 '냉탕' 을 오가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는 기초통계의 변경에 따른 수치적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경기회복 실패로 보고 있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시적 난기류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아직 우세하다.

이번 통계수정에 따라 일본 정부가 2000년 회계연도에 목표로 잡은 실질성장률 1.2%를 달성하려면 지난해 10~12월 및 올 1~3월 중 모두 0.4%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고 하지만 외부여건은 별로 좋지 않다.

특히 미국 경제의 위축세가 지난해 10월 이후 뚜렷해져 일본의 GDP성장률을 0.2~0.3%포인트 정도 깎아내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대미수출은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미국 경기에 훨씬 민감한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도 전체의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 여건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공식통계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일본은 2001년을 21세기의 첫해로 보기 때문에 지난 연말연시의 개인소비가 활기를 띄었다.

해외여행자가 사상 최고기록을 깨고 주요 도시의 1급 호텔이 만원이 되는 등 일시적이었지만 소비가 급증했다.

정보기술(IT)산업은 세계적인 IT경기위축으로 다소 제동이 걸리고 있지만 서비스.금융 등 비제조업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 결국 IT투자를 계속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2000년 상반기 중 이미 대대적인 IT투자를 해뒀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개발.유지보수 등 후속적인 '여열'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다 올 1~3월 중에는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제창에 따라 IT기반조성을 위한 추경예산이 집행되고 있으므로 이에 의한 경기부양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일본정부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물가하락이다.

재무성은 장래 물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디플레심리 탓에 개인소비가 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디플레가 뚜렷해지고 있으므로 돈을 무제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행은 물가하락이 규제완화.유통혁신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진 결과이므로 인위적인 인플레 조장정책을 꺼리고 있다.

이같은 시각차 때문에 신속하고 일관성있는 경기대책 마련이 더뎌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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