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광' 에 기관 '사자' 로 화답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 대통령의 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발언에 주식시장은 주가상승으로 화답했다.

8일 종합주가지수는 15.38포인트(2.67%) 상승한 591.57, 코스닥지수는 2.0포인트(2.57%) 오른 79.80으로 마감했다.

연기금의 주요 매수 대상이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대형 우량주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

◇ 장기 호재 기대〓사실 연기금의 주식투자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는 주식값이 폭락할 때면 단골메뉴로 이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선 만큼 다르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일고 있다. 정부로서도 무언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2~3년에 걸친 과제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때 마침 연기금들도 자율적인 주식투자 확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정영길 주식운용팀장은 "전체 기금 63조원 중 현재 주식투자 비중은 5% 정도에 불과하다" 며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주식비중을 점차 10% 이상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7월부터 연기금에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가 허용돼 위험을 줄이면서 주식투자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고 기대를 표시했다.

사학연금기금 이세우 운용2팀장은 "현재 전체 기금의 약 10%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지만 현금 보유비중이 높아 1천6백억원 정도 주식을 더 사들일 여력이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기금의 경우 퇴직공무원의 급증으로 기금이 고갈 위기에 처해 주식투자 여력이 없는 상태다.

◇ 투자환경 조성에 힘써야〓전문가들은 연기금이 건전한 기관투자가로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이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굿모닝증권 강창희 고문은 "그동안 연기금 주식 비중을 늘린다는 발표가 여러 번 있었으나 매번 용두사미에 그쳤다" 면서 "꾸준한 제도개선 등을 통해 좋은 투자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연기금이 주식을 사들이기 힘들다" 고 지적했다.

그는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해 감사원 등에서 너무 단기 성과를 따지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 고 말했다.

제일투신운용 안종현 상무는 "한국은행이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물가를 관리하듯 정부도 연기금을 잘 키우면 저평가된 주식시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면서 "그러나 증시 안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기금에 운용의 자율 권한을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국투신운용 조영제 사장도 "연기금의 국민의 복지재원을 굴리는 만큼 애정을 갖고 키워나가야 한다" 며 "기업 구조조정이 잘 마무리되고 수익성이 좋아지면 연기금도 큰 부담없이 스스로 주식비중을 높여나갈 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