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투자확대·금리인하, 상승 모멘텀될까

중앙일보

입력

정부의 연기금투자확대조치와 한국은행의 콜금리인하 발표가 겹친 8일 증시는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동반 반등세를 보이며 일단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자산운용과 분석을 담당하는 증시 전문가들도 정부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1월초 유동성 장세이후 침체에 빠진 증시에 또 한번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증시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연기금을 주식에 투자해 자산을 증식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임에도 그동안 운용능력과 신뢰성의 부족으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증시에 유입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제대로된 운용시스템을 갖춰 연기금을 증시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최남철 마이애셋 자산운용 상무는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이며 시장을 어렵게 하는 것은 경기침체보다도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이라고 지적하고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정부의 증시와 경제부양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상무는 “우리증시의 시가총액이 GDP의 36%선으로 OECD국가의 100% 이상에 비해 크게 낮은 핵심적인 이유는 기업의 신뢰부족”이라며 “기업과 주식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가 형성돼야 미국 연기금과 증시와의 관계와 같은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증시투자확대와 함께 발표된 콜금리인하 역시 정부가 향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이와 함께 자금운용기관들이 저금리와 기업리스크로 인해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증시부양은 증시뿐만 아니라 자금운용기관과 투자자들에게 모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상무는 “금리인하는 증시부양보다는 정부의 금융완화기조와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를 한마디로 표현해줬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연기금 투자확대의 경우 다소 정치적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장기자산운용기관들도 주식외에는 수익률을 올릴만한 곳이 없어 증시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현재 시가총액은 200조가 넘지만 실질적으로 유동성이 있는 주식은 많아야 30조원선”이라며 “연기금 등 기관이 조금만 사들이면 오히려 주식품귀현상 수준의 부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증시를 ‘통제가능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대해 우려하는 견해도 내놨다.

장득수 신영증권 조사부장은 “현재 주식이 저평가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사서 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크게 나빠질 것은 없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운용방식상 대부분 단기투자인 우리 현실에서 연금과 같은 장기자산을 단기적 운용에 내맡기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 부장은 또 “어차피 현재 우리 주식의 막대한 부분을 외국인들이 갖고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며 “치밀한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대책없이 자금만 증시에 투여할 경우 잘못하면 증시부양에 투하된 자금이 외국인들의 탈출기회를 주는데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의 확고한 부양의지 및 유동성확대가 미국의 금융완화와 겹치면서 올해 증시가 최고 800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제시됐다.

김승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융완화는 미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며 세계 경기사이클상 이머징마켓의 투자비중은 확대 전단계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국내증시는 경기회복 초기단계에서 가장 상승폭이 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중 국내경기의 바닥가능성과 연기금 등 유동성확대를 감안하면 증시의 상승목표지수는 지수 800선을 목표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서울=연합뉴스) 김종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