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자살사이트 폐해 커…근본대책 절실

중앙일보

입력

최근들어 인터넷 자살사이트로 인한 촉탁살인 및 동반자살 등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살사이트에 탐닉했던 초.중학생들이 자살 대열에 합류해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자살사이트를 매개로 한 살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이후 서울과 부산, 청주 등 전국적으로 유사사건이 잇따르고 있지만 근절대책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6일 오후 9시20분께 전남 목포시 상동 B아파트 뒤편 화단에서 인근 모초등학교 6년생 정모(13)군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PC방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자주 접속해 왔다는 정군은 유서에 "사후세계도 궁금해지고 죽음이 기대된다"는 등 초등학생의 생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말을 적고 있어 자살 사이트의 폐해를 짐작케 하고 있다.

이에 앞서 6일 오후 4시3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석곡동에서 평소 자살사이트 접속을 자주 해오던 청주 모중학교 3학년 이모(15)군이 음독해 숨지는 등 지난해 말부터 5건의 인터넷 자살사이트로 인한 자살 또는 촉탁살인사건이 잇따랐다.

정군과 이군의 죽음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자살사이트 피해가 어른들은 물론 죽음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자살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근절대책은 유명무실한 실정이어서 제도적인 장치마련 등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자살사이트로 인한 자살사건이 발생한 뒤 이에 대해 강력 대처키로 했으나 불과 한달여만에 동반자살과 이를 시도하려는 사건이 잇따라 정부 대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자살사이트를 자진 폐쇄토록 유도해 한글로 운영되는 모든 자살사이트를 폐쇄했으나 한달여 뒤에 다시 23개로 늘어 또다시 이들 사이트에 대해 폐쇄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자살사이트가 자살을 권고하거나 촉탁살인을 연결시켜주는 등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처벌이 불가능, 사이트 운영자들에게 연락을 취해 사이트 자진폐쇄를 유도하는 수 밖에 없다는데 있다.

검찰도 최근 자살사이트 운영자에 대해 자살방조 혐의를 적용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로 자살의도를 미리 알고도 이를 부추기거나 도왔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을 경우 처벌이 쉽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인한 정보화의 이면에는 채팅을 통한 원조교제나 성문란, 사설폭탄 제조사이트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어 인터넷 운용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과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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