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돔시티가 뭐길래…성남 청약통장 불법 거래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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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7월 분양하는 알파돔시티 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하려는 거에요. 성남 거주자세요? 성남 거주자이고 (청약) 가점이 높다면 20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어요.”

6일 낮 경기도 성남시의 구도심. 구도심 재개발 시장 분위기를 살펴 볼 겸 나갔는데 도심 곳곳에 ‘청약예금 통장 삽니다’라는 A4용지 사이즈의 전단이 눈에 들어왔다.

한 두 군데 붙은 게 아니다. 100m 정도의 낡은 주택가 골목에만 4장이 넘게 붙어 있다. 다른 골목을 가봤더니 역시 마찬가지다.

미분양이 적지 않은데 청약통장은 사서 뭣하려는 걸까.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해 봤다.

“알파돔시티 주상복합아파트에 청약해 당첨만 되면 최고 2억원 정도의 웃돈을 벌 수 있을 꺼에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싸니까요. 입지도 좋구요. 서울 투자자가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성남 통장을 찾는 거에요.”

당첨 확률 높은 통장 주로 거래

알파돔시티 주상복합(931가구)은 분양가가 3.3㎡당 2000만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인근 봇들마을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 값이 3.3㎡당 2600만~2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500만원 이상의 웃돈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중개업소들은 내다본다.

입지여건도 뛰어나다. 신분당선 판교역이 바로 연결된다. 아파트와 문화•상업•업무시설이 함께 들어서 편의성도 높다. 당첨만 되면 이른바 ‘대박’인 셈이다.

특히 이 알파돔시티 주상복합은 공공택지인 판교신도시에 들어서 성남 거주자에게 30%가 우선 분양된다. 성남 거주자의 경우 지역우선공급에 떨어져도 경기도 물량(20%)에서 다시 한 번, 서울•인천(50%)에서도 또 한 번 경쟁하므로 서울 거주자보다 당첨 확률이 높은 게 사실이다.

모두 중대형이므로 청약가점이 높다면 당첨 확률은 더 올라간다. 그래서 서울 등 외지 투자자가 성남 청약통장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성남 통장이면서 청약가점이 높은 통장은 2000만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전단을 붙인 사람은 이른바 부동산중개인이다. 수수료를 받고 서울 등 외지 투자자에게 통장을 넘기는 일을 맡은 것이다. 하지만 청약통장 거래는 당연히 불법이다.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주택법 39•97조에 따라 청약통장을 거래한 당사자(매도•매수자)와 거래를 알선한 사람에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불법 거래한 통장으로 당첨되면 당첨도 취소된다.

물론 사법 당국에 걸렸을 때의 얘기다. 청약통장 거래 중개인은 “매도자가 (당첨된 뒤에) 통장 값을 더 달라는 등의 딴 소리만 안하면 크게 문제 될 일 없다”며 “통장 쓸 일이 없으면 수천만원의 공돈이 생기니 파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부추겼다.

정부의 입장도 비슷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은밀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매매 당사자끼리 갈등이 생겨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은 적발하기가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가끔 생긴다.

불법 거래이다 보니 계약을 뒤집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웃돈이 예상보다 많이 붙으면 매도자가 통장 값을 더 쳐달라고, 웃돈이 덜 붙으면 매수자가 통장 값을 일부 돌려 달라고 문제를 제기해 다툼이 생긴다.

그러면 결국 표면 위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청약통장 거래는, 매수든 매도든 아예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 성남 구도심 일대 골목마다 청약통장을 매입한다는 광고 전단지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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