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다수, 인터넷 위험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 확산 속에 해킹, 바이러스 침투, 콘텐츠 도용, 신용결제 사기 등 각종 온라인 범죄가 극성을 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기업은 상당수가 이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 보험업계가 전문기관인 세인트 폴과 함께 미국과 유럽의 기업인 1천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 공개한 바에 따르면 온라인 비즈니스 기업의 대다수가 인터넷상의 위험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대부분은 인터넷 관련 위험이 회사가 직면하고 있는 주요 문제의 하나임을 인식하고 있기는 하나 5분의 2 정도가 이같은 기술적 위험에 대한 이해 수준이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응답 기업의 4분의 3은 인터넷상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조차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인트 폴의 카에 로바스 부사장은 조사 결과가 놀라운 것이라면서 신경제 시대를 맞아 "컴퓨터와 모뎀을 가진 모든 직원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누구든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마크 슈만 연구원은 컴퓨터 운영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을 주목해서는 안된다면서 e베이와 아마존닷컴을 포함한 모든 기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조사대상 기업인의 약 절반이 인터넷상의 위험이 Y2K(2000년 컴퓨터 인식오류)처럼 `일회성''인 것으로 인식해 다른 문제들에는 관심조차 갖지않는다는 점이라고 슈만은 지적했다.

세인트 폴사는 인터넷상의 위험이 이제는 기술적인 차원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 한예로 러시아 사이버범죄 조직이 시티은행 컴퓨터에 침입해 고객 계좌에서 1천40만달러를 인출했음을 상기시켰다.

법률회사인 노턴 로스는 지난해 12월 직원의 e-메일이 외부에 유출돼 곤욕을 치렀으며 한 회사의 경우 컴퓨터 시스템이 주말에 다운돼 나중에 이것을 되살리는데 10만달러나 들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따라서 인터넷상의 위험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업계 공동의 지침을 마련하고 유사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세인트폴측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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