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신탁 부도 누가 피해보나]

중앙일보

입력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 부도로 관련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임대아파트 입주자나 상가 계약자 등은 임대보증금과 분양대금을 날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업장이 구제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입주한 아파트나 상가 등은 피해를 면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장별 추진 현황과 계약자 피해 여부를 짚어본다.

◇ 곤지암 임대아파트는 문제=한부신이 시행한 임대아파트는 충남 보령과 광주 곤지암 등 두 곳. 이 중 보령 임대아파트의 경우는 계약자가 없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입주한 1천1백52가구의 곤지암 임대아파트. 이 아파트는 한부신이 뉴코아건설과 개발 신탁을 맺고 지었으며, 세입자가 낸 임대보증금은 총 2백3억원이다.

뉴코아건설이 한부신 명의로 빌린 2백50여억원을 갚고 한부신측과 신탁 계약을 해지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법정관리 중인 뉴코아건설이 돈을 갚을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부신이 파산하면 임대차보호법이 아닌 파산법에 따라 회사 정리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경우 직원 임금.조세.공사대금.근저당 설정자보다 배당순위가 밀리는 임대보증금은 돌려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18개 상가 중 4개가 문제=한부신에 따르면 18개 상가 분양.임대계약자는 1천4백45명이며 이들이 낸 분양금은 2천5백42억원.

이 중 분쟁 여지가 많은 곳은 분당 테마폴리스.김포 하이월드.부산 시티코아.광명 자동차시설 등 4개 사업장이다.

테마폴리스는 당장 경매로 넘어가는 일은 없더라도 해결이 쉽지 않다.

삼성중공업이 지난달 중순 한부신을 상대로 낸 '저당권 설정 청구소송' 결과에 따라 처리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포 현대하이월드의 경우 총 1백53개 점포 중 상당수를 분양했으나 시공사간의 마찰로 공정률 71% 선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재 12개 점포만 계약이 유효하다.

한부신은 이 사업장도 팔려 하나 쉽지 않고, 이 과정에서 계약자와의 분쟁이 예상된다. 나머지 14개 사업장은 대부분 권리관계가 정리돼 일반인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고 한부신은 설명했다.

한부신이 시행 또는 개발 신탁을 벌여온 여덟 곳 주상복합도 대체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정부.채권단 대책 진척 없어=채권은행들은 부도가 난 한부신이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코레트신탁(옛 대한부동산신탁)모두 사업장별로 수익성을 따져 분사(分社)나 3자 매각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부신의 8개 주요 채권금융기관은 5일 오후 외환은행에서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채권단 주간은행인 외환은행은 기존의 '사적(私的)화의' (채권단의 자율 협약을 통해 부실 기업의 채무를 동결해 정상화를 추진하는 제도)를 끌고 가면서 사업장별로 처리하는 안을 제시했다.

코레트신탁 채권단은 6일 오후 한미은행에서 채권단 회의를 열 예정이나 회사 정상화에 필요한 1천1백억원의 신규 자금 부담을 두고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와 채권단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