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BFC계좌 확인된 입금액만 25조

중앙일보

입력

대우그룹의 분식 회계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치로 늘어나면서 김우중(金宇中)전 회장이 비선(□線)을 통해 관리했던 영국 현지의 비밀계좌 BFC(British Finance Center)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BFC는 金전회장이 '세계경영' 을 주창하면서 1982년께 해외 법인들의 자금 관리를 위해 런던의 현지 은행 체이스 맨해턴 등에 만든 약 30여개의 계좌를 통칭하는 말이다.

金전회장은 BFC를 런던 현지 법인의 직원들에게도 비밀에 부치고 본사에서 5명 안팎의 요원들을 파견해 관리했다.

검찰은 BFC 계좌의 개설 초기에는 당초 목적대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법인의 잉여금이나 대출금, 자동차 판매대금 등이 입금됐고 다시 해외 법인들의 차입금 조달이나 투자를 목적으로 출금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97년 말 닥친 외환위기와 세계경영의 실패로 해외 법인들의 자금난이 극에 달하자 BFC는 金전회장의 완전한 개인금고로 성격이 변질됐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金전회장은 BFC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97~99년 해외 법인의 수입대금인 것처럼 꾸며 26억달러를 BFC에 송금했다. 국내 계열사들이 분식회계를 근거로 대출받은 자금이었다.

또 98~99년 베트남 등의 자동차 판매 대금 15억달러를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BFC에 입금했다.

97~99년에는 해외에서 불법 차입한 1백57억달러 등을 BFC에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3건의 금액은 모두 합치면 25조원 이상이다.

검찰은 "BFC계좌는 국내외 법인의 외환 흐름을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는 외환관리법을 위반한 것" 이라는 입장이다.

따라서 "분식 회계 수사가 마무리되는대로 현지의 사법당국과 협조해 수사할 수 있고, 몰수.추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 밝혔다.

그러나 金전회장이 사업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안전한 곳으로 빼돌렸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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