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유령회사 세워놓고 "세계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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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는 세계경영, 실상은 방만한 차입경영이었다."

대우 경영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대우그룹의 운영행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 방만한 차입경영=대우는 몇해 전 2억달러를 투자해 우크라이나와 합작으로 현지에 자동차 공장을 세웠다고 한다. 경영진의 극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金전회장이 밀어붙인 결과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자동차 공장은 가동되지 못하고 자금난에 쫓긴 金전회장은 현지에서 돈을 빌리기 위해 묘안을 냈다고 한다.

국내에서 생산된 대우 완성차를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로 갖고가 부품으로 해체한 후 현지 공장에서 재조립해 공장이 가동 중인 것처럼 연출하려 했다는 것.

수사관계자는 "중소기업도 치밀한 계산 아래 수익성을 따져 가며 투자를 하는 게 상례지만 대우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고 평했다.

분식회계 금액을 늘리기 위해 대우 경영진이 취한 방법에 대해서도 수사팀은 "한심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 고 말했다.

대우는 1997년 한 해 동안 해외 10개 국가 건설공사에서 5천2백95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재무제표를 만들었다.

이중엔 인도 자동차공장 건설공사 등 굵직한 공사도 여럿 포함돼 있는 것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모두 유령공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공사 자체가 없었는데도 5천억원이 넘는 거액의 당기순익이 발생한 것처럼 장부를 조작했던 것이다.

◇ 김우중 전 회장 어디 있나=문제는 핵심 소환대상인 김우중 전 회장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 미국 MIT에 유학 중인 3남 선용씨와 함께 미국에 있는 부인 정희자씨가 자주 金전회장이 있는 곳을 오가고 있다는 말이 임원들 사이에 나올 뿐이다.

검찰은 2일 그가 머물만한 프랑스 등 4개국에 신병인도 요청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이들 나라가 협조해주길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

金전회장은 1999년 10월 중국 옌타이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가 종적을 감춘 뒤 해외에서 은둔생활을 해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했던 지난해 11월 하노이 대우호텔에 같이 묵었으며, 프랑스의 니스에도 머물렀던 것이 확인됐다.

지난달 4일 대우 인터내셔널 이태용(李泰鎔)사장은 "金전회장이 지난해 10월 수단에 입국, 체류하고 있다는 보고를 현지 지사로부터 받았다" 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金전회장은 수단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 전 임원은 "최근 위장질환 치료를 위해 유럽으로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 고 전했다.

대우차 노조는 "金전회장이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오는 12일께 체포조를 프랑스로 보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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