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동산신탁업의 현황과 과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부동산신탁의 최종부도를 계기로 부동산신탁업 전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영업중인 부동산신탁회사는 크게 6개사로 이 가운데 한부신과 코레트는 현재 워크아웃 상태이며 나머지 회사들도 부동산신탁회사라는 이름에 걸맞은 특출한 사업전략을 갖고 있진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개발아이디어와 자금을 결합, 부동산 개발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는 취지로 지난 91년 출발한 부동산신탁업이 그동안 아이디어 개발없이 기존 건설업체처럼 주택이나 상가 분양 등에 치중, 당초의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 현재의 어려움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신탁업이란 = 부동산신탁업은 간단히 말해 고객(위탁자)이 맡긴 부동산을 처분, 운용해 발생한 수익을 고객과 나눠 갖는 사업이다.

신탁업무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위탁자가 맡긴 토지를 개발한뒤 발생한 수익을 위탁자에게 배당하는 토지신탁으로 신탁회사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위탁자의 부동산을 보존, 개량해 생긴 수익을 위탁자에게 돌려주거나 소유권을 관리해 주는 관리신탁이 있다. 그외 부동산처분을 대행해주는 처분신탁,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는 담보신탁, 분양신탁, 담보부사채신탁 등의 업무가 있다.

부동산신탁회사는 지난 91년 자금과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토지소유자가 신탁회사의 도움을 받아 토지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처음 설립됐다. 이들 모두 독립회사라기보다는 모회사의 출자를 통해 이뤄진 계열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토지공사가 대주주로 있는 한국토지신탁이 규모면에서 가장 크고 이번에 부도처리된 한국부동산신탁은 한국감정원이 전액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이밖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최대주주인 코레트, 대한주택보증이 전액출자한 대한토지신탁, 주택은행이 100% 출자한 주은부동산신탁,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 3사가 출자한 생보부동산신탁 등이 주요회사다.

◇지난해 6개사중 3개사가 적자 =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신탁회사의 경영실적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지난해의 경우 6개사 중 3개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철저한 사업성 검토없이 일단 짓고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이 근본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신탁은 98년 1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 99년 275억원에 이어 지난해 9월말 현재 무려 1천9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현재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코레트는 99년 886억원의 적자에 이어 지난해 9월말 현재 73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주은신탁도 99년 17억원 흑자였지만 지난해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9월말 현재 1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99년 12억원에 이어 지난해 9월말 현재 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생보부동산신탁은 99년 20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9월말 현재 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반면 한국토지신탁은 98년 49억원, 99년 55억원 흑자에 이어 지난해 9월말 현재 203억원으로 경영실적 향상폭이 가장 컸다.

◇개발아이디어 확보가 관건 = 전문가들은 부동산신탁업 자체가 건설 및 부동산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것이어서 건설업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실적향상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또한 기존 건설업체와 차별성 있는 신탁상품을 개발.운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지 못한다면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입장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이동성 원장은 '부동산신탁회사는 도급받은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업체와는 달리 토지이용계획에서부터 수익창출까지 스스로 전략을 세워 해결해야 한다'며 '건설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지금, 종전처럼 주택만 지으면 이익이 생긴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신탁회사들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특하고 창의적인 부동산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 수 있도록 아이디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함께 낙하산식 관료주의로 운영되는 현재의 부동산신탁업 구성원으로는 이러한 아이디어 개발이 요원하다며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업체와의 제휴나 전문인력의 충원 등을 통해 업계 전반의 새로운 활력소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