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고령화시대 효자 될 로봇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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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유열
한국로봇산업협회장

최근 해외에서 들리는 여러 소식을 통해 세계무대에서 대한민국 로봇산업의 위상이 확연히 높아졌음을 느낀다. 얼마 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로봇전시회 ‘이노로보’에서는 프랑스 정부가 전통의 강국인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로봇기업들을 국빈 초청해 높아진 우리 로봇의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는 그간 정부의 로봇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업계의 창의적 사업화 노력이 시너지를 이룬 덕분에 가능했다. 우리의 제조용 로봇 기술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고 청소로봇과 같은 서비스 로봇 역시 후발주자임에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또한 KT는 해외에 스마트 교육 로봇을 수출하는 등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기업 중 상장 기업도 늘고 있고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거듭나는 사례도 많아지는 등 로봇업계는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로봇의 활용 영역도 자동차·항공 같은 대규모 제조업에서 교육·의료·복지 등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 로봇 관련 기사들은 로봇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된다. 하반신이 마비된 한 영국 여성이 로봇 장치를 착용하고 마라톤 코스를 16일간 완주했다는 얘기, 충북 충주의 한 언어장애 가정에서 부모에게서 말을 배울 수 없었던 자녀가 교육용 로봇을 통해 말을 배우며 세상과 소통해 나가는 모습 등은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로봇이 우리 삶과 밀접한 복지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의 로봇기술은 육아·교육·오락·실버 서비스 등 ‘복지 로봇, 인간지원 로봇, 생활지원 로봇’의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로봇은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육아·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고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의 로봇산업이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일본 등 로봇 선진국은 세계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중국 등 후발국은 추격 의지를 불태우며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같은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로봇 수요를 창출하고 중소 로봇업체의 생산성을 높이며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다행히도 최근 지식경제부가 주도해 로봇산업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향후 로봇산업의 10년을 대비한 범국가적인 ‘신 로봇산업 중장기 전략’ 수립 의지를 밝혔다. 로봇산업계의 한 사람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그동안 정부는 조선·철강 등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산업근대화를 이뤘고 전 세계를 주도하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올라섰다. 이젠 우리에게 또 다른 성장동력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로봇산업은 최근 5년간 52.3%의 눈부신 성장을 보였다. 올해 국내 로봇 생산액 3조원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큰 폭의 신장을 하고 있는 미래의 먹거리인 로봇산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질 때 로봇산업은 또 하나의 차세대 성장산업이자 수출 효자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나라 복지의 중요한 축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서유열 한국로봇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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