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 (50) - 제프 켄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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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8년 초 시애라 네바다산맥 북쪽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개척시대 미국인들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서부로 서부로 향했다. 이른바 골드러시. 그 중심에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가 있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인들이 가장 가보고 싶은 미국내 도시 1위를 놓치지 않을만큼 아름답고 볼거리 많은 도시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도시가 2000년 한 메이저리거에게 다시 한번 꿈의 도시로 다가왔다.

2000년 샌프란시스코는 야구의 열기로 뜨거웠다. 연고팀 자이언츠가 1997년 서부지구 챔피언에 오른 이후 3년만에 다시 지구 우승을 차지한데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위치한 메이저리그 두팀에서 양대리그 MVP가 배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오클랜드의 제이슨 지암비와 샌프란시스코의 제프 켄트는 1959년 시카고 커브스의 어니 뱅크스와 화이트삭스의 넬리 폭스 이후 같은 지역 선수들로 한해 양대리그 MVP에 오르는 진기록 연출했다.

그러나 지암비가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20대후반에 최고의 선수가 된 것에 반해, 켄트는 1997년 이후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두 선수는 같은 지역선수라는 공통점 말고는 많은 대비되는 요소를 가진 선수들이었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10년차를 맞는 켄트는 199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입문했다. 하지만 그의 캐나다 생활은 그해 8월 뉴욕 메츠로의 트레이드로 곧 청산되고 만다. 토론토는 투수력 보강을 위해 당시 최고의 투수였던 데이비드 콘을 영입하면서 켄트와 함께 또 한선수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것.

유니폼을 갈아입은 켄트는 92년, 당시 37살의 노장 윌리 랜돌프가 지키고 있던 메츠의 2루수 자리를 93년부터 꿰차기 시작했다. 수비의 불안과 선구안이 문제이긴 했지만 94년에는 .290을 기록했었고 매시즌 20개 가까운 홈런과 60타점을 뽑아낼수 있는 장타력은 사람들을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프로선수로서 어느정도 안정을 찾고 있던 1996년, 그는 다시 한번 팀을 옮겨야만 했다. 그의 3번째 팀은 아메리칸리그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주전2루수의 극도 부진으로 고민하고 있던 클리블랜드는 시즌중 호세 비스카이노와 켄트를 메츠로부터 영입했다.

그러나 인디언스도 켄트의 종착지가 되지는 못했다. 인디언스에서 30경기 남짓 출전하는데 그쳤던 켄트는 그해 겨울 다시 팀을 바꾸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거포 매트 윌리엄스를 영입하기위한 4-2 트레이드가 그것이었고 그는 이 과정에서 다시 샌프란시스코가 선수가 됐다.

1년에 두번씩 팀을 옮긴 것이 결코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켄트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었고 그의 진가는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첫해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스티 베이커 사단 소속의 첫해 그는 데뷔후 개인 최다기록인 29개의 홈런과 121타점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의 121타점은 팀내 최다타점이었고, 베이커감독은 1993년 부임후 처음으로 팀을 지구 우승의 길로 인도할 수 있었다.

97년의 깜짝변신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던 켄트는 98년에는 무릎부상으로 한달간 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2년연속 120타점이상(128타점)을 기록했다. 빠른 카운트때 직구공략을 좋아하는 습성과 좌투수의 변화구에 대한 약점은 여전했지만 선구안이 좋아진 그는 .250으로 떨어졌던 타율을 다시 3할대에 육박하는 타율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타격의 상승세와는 달리 단점이었던 수비는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97년부터 같이 뛰게된 골드글러브 1루수 J.T. 스노우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는 93년에 이어 98년에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에러를 범한 2루수가 되었다.

99년은 발목부상에 시달린 한해였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센스는 그를 계속된 전진으로 이끌었다. 그는 98시즌 콜로라도에서 이적한 엘리스 벅스, 베리 본즈와 함께 가공할 타선을 이루며 팀 공격을 이끌었고 수비에서도 최다실책 보유자의 불명예를 씻으며 한시즌 단 10개만의 에러를 범하는 견실한 수비를 선보였다.

그리고 2000년.

그는 마침내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공격주요부문에서 리그 10위안에 들었던 그는 작년 8월9일 밀워키와의 홈경기에서 좌월 만루홈런을 뽑아내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그 어떤 2루수도 넘지 못했던 대기록을 작성했다. 4년연속 100타점이상 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시즌이 끝나자 그는 20년대 세인트루이스의 전설적인 선수이자 감독이었던 로저스 혼스비가 세웠던 메이저리그 2루수 4년간 타점 합계 472점을 뛰어넘는 475타점을 기록하게 되었다.

매년 왼손투수에 약점을 보이며 3할의 벽을 넘지 못했던 그는 마침내 3할타자대열에 합류하게 되었고 99년에 이어 2000년에도 안정된 수비를 계속 보여주며 정상급 선수다운 기량을 선보였다. 팀이 후반기 욱일승천으로 기세로 우승을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그에게 2000년 리그 MVP는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지난 샌프란시스코에서의 4년간은 그에게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4년전 그는 꼭 필요한 선수라고 하기보다는 단지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에 불과했었다. 그렇지만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그런 존재가 됨은 물론, 메이저리그 최고의 공격력을 갖춘 2루수로 변모했다.

켄트 그에게 있어 지난 4년간의 성공은 또다른 4년을 위한 준비과정일지도 모른다. 타격과 수비에서 새로이 눈뜬 그에게 올시즌은 또다른 시험무대가 될것이다. 그가 불같은 타격과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다시 한번 보여준다면, 그에게 닥친 시험은 그를 최고 자리에 올려놓기 위한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제프리 프랭클린 켄트 (Jeffrey Franklin Kent)

- 1968년 3월 7일생
- 185cm 93kg
- 우투우타
- 연봉 : 600만 달러
- 소속 : 토론토 블루제이스(92), 뉴욕 메츠(92~96), 클리블랜드 인디언스(9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997~ )
- 통산성적 : 1,191경기 출장 1,228안타 타율 .284, 194홈런, 793타점, 680득점

- 주요경력
* 2000 내셔널리그 MVP, 실버슬러거 수상
* 1999~2000 올스타전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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