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단지 병행 땐 강남·분당등 신규 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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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신도시가 개발되면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개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던 민주당이 최근 긍정적인 반응을 보임에 따라 판교 신도시 건설의 득실(得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변수는 신도시 개발 방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주택단지냐, 첨단 산업단지냐에 따라 그 영향력이 달라진다.

순수 주택단지로 개발할 경우를 보자.

판교 신도시가 완공되기 전까지는 분당.수지.죽전권은 물론 서울 강남권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판교를 저밀도 고급 주택단지로 개발하면 돈많은 사람은 쾌적한 판교를 선호, 기존 아파트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존 주택을 사지 않고 판교 신도시 아파트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져 기존 시장의 거래가 위축된다는 얘기다.

특히 분당 백궁역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큰 타격을 받아 해약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고 죽전.수지 일대도 당연히 된서리를 맞게 된다.

그러나 판교 신도시가 완성된 후엔 인구 증가로 주변 부동산 시장이 도리어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신도시 아파트의 분양가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 땅값.개발밀도 등을 감안할 경우 분당 기존 아파트값보다 좀 낮은 평당 7백만~8백만원 선으로 추산된다.

물론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을 고려하면 1천만원대에 육박할 수도 있다.

삼성물산 주택부문 송문헌 상무는 "분양가가 평당 8백만원대 이하일 경우 분당.죽전.수지권의 아파트 분양 시장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 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첨단 단지로 개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물론 개발용지 전부를 첨단 산업단지로 개발할 수 없으므로 배후 주택단지 규모를 얼마로 하느냐가 관심거리다.

최근 경기도와 성남시가 합의한 주거용지는 55만평이며 수용인구는 5만7천명으로 잡혀 있다.
주택 건립 물량은 약 2만가구로 분당 주택수(10만여 가구)의 20% 규모다.

이는 적잖은 물량으로 그만큼의 주택수요가 판교로 빠져나가면서 기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도권 전체를 감안하면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지만 직접적인 영향권으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분당.용인권만 따질 경우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첨단단지가 조성되면 새로 이사올 사람, 관련 업종 관계자 등 신규 수요가 많이 생겨나 분당.용인권의 기존 시장은 도리어 생기가 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판교개발 덕택으로 주변 주택시장의 수요가 많아져 거래가 활발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가장 큰 타격을 우려했던 분당 백궁역 주변의 주상복합 아파트 시장엔 판교 개발이 도리어 호재로 바뀔 수도 있다.

첨단 단지에 고급 인력들이 몰리면 상대적으로 시설이 좋은 주상복합아파트를 찾는 수요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음식점.술집.일반 상가 등의 시장에도 첨단 단지의 신규 수요 가세로 매출이 늘어나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권의 대형 쇼핑가에서는 판교 신도시 건설 자체를 호재로 삼는다. 대형 쇼핑센터들은 판교 등 주변이 개발되면 인구가 늘어나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교통 체증이다. 판교 개발로 출퇴근이 어려워지면 기존 분당.용인권의 사람이 서울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도로.전철 등 교통망을 확충한다 해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교통난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물론 이런 분석은 판교 신도시가 완성된 후에 예상되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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