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막듯 광우병 방지 대책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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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전국을 강타했던 구제역에 비해 광우병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다소 소극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구제역은 예방백신이 있어 첫 발생이 보고되자마자 백신을 접종해 조기에 확산을 막았다.

구제역은 인간에게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질환인 데도 이처럼 방역에 힘쓴 것은 대만에서 구제역이 돌아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준 데다 중국에서도 구제역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효과적인 예방백신이 있었다.

광우병은 소 자체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 치명적인 인간 광우병(vCJD)을 일으킬 수 있지만 구제역 같은 전염성 질환이 아닌 데다 특별한 백신도 없다.

그래서 국내에 유입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는 게 한 검역 담당자의 말이다.

농림부는 광우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짐에 따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특수전염병과를 신설해 광우병을 전담하게 하고 기존의 구제역 대책상황실을 구제역.광우병 대책상황실로 확대.운영할 방침이다.

수의과학검역원 김옥경 원장은 "영국(1996년 3월).네덜란드(97년 3월). 아일랜드(98년 1월).덴마크(2000년 2월)에 이어 올해부터 유럽연합(EU) 15개국과 동유럽 15개국 등 30개국으로부터 '반추(反芻)가축과 그 생산물, 유래 단백질' 수입을 전면 금지해 광우병의 국내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현재 국내에는 광우병 조짐이 없다.

국내에서 광우병.vCJD 진단이 가능한 곳은 수의과학검역원.서울대 수의대.한림대 의대 등 극히 일부다.

지난해 한때 광우병으로 의심됐던 '앉은뱅이 소' 도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또 수의과학검역원.서울대 수의대가 96년부터 국내산 소 3천여마리를 조사한 결과 모두 음성이었다. 한때 vCJD가 의심됐던 경기도의 40대 여성(최근 사망)도 일반 CJD로 진단됐다.

그러나 CJD인지 vCJD인지는 환자가 사망해 부검을 할 때까지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서울대 의대 지제근 교수는 "맨눈은 물론 전자현미경으로 봐도 살아있을 때는 둘을 구분할 수 없다" 고 말한다.

단 환자 사망 후 부검 결과 뇌의 연수 부위에 병이 심하게 진행돼 있으면 vCJD다. 연수는 극히 위험한 부위이기 때문에 환자가 살아있을 때는 조직검사를 못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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