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인터넷 시장 최대 걸림돌은 '화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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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서핑이 미국에서는 아직까지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무엇으로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모바일에는 화면이 없다는 것을 단적인 이유로 꼬집고 있다.

미국 무선 웹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미발전 상태인 화면 부문을 공략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기업들은 1년전 인터넷의 위력을 데스크톱 컴퓨터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포켓 사이즈의 휴대폰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과대 선전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늘 있어오던 것이라 치더라도 수십 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이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는 문제는 무시할 수 없다.

그 문제라는 것은 다른 국가들에서는 모바일 기술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유독 미국 시장에서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업계의 과대 선전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소비자들의 혼란, 기술사용 방식에 따른 차이 등이 이 문제의 부분적인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이 꼽는 것중 가장 큰 이유는 미국 시장에 나온 모바일 기술 관련 제품들이 다른 시장에 나온 제품들에 비해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향력있는 실리콘밸리 컨설턴트인 제이콥 닐슨(Jakob Neilsen)은 "수정했어야 할 사항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실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웹사이트 컨텐츠, 네트워크 접속, 인터넷 서핑, 다른 주요 문제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이 매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는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토로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때 쯤이면 이미 다른 문제들이 발생해 있을 확률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서비스는 많지만 쓸모가 없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선전되곤 하는 경쟁력이 이같은 기술적 결함을 낳은 주된 원인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모바일 관련 사업에 앞다퉈 진출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심으로 인해 전반적인 기술 발전이 궁지에 몰리게 됐다. 경쟁심 때문에 시장이 분열돼 무선 사업을 벌이려는 기업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의 NTT도코모같은 기업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컨텐츠 기업들간에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산업 관측통들은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좀더 쉽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와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평가했다.

이로 인해 일본 시장이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이 일반적이 여론이다
스프린트 PCS의 COO인 찰스 리바인(Charles Levine)은 "모바일 인터넷 기술이 처음부터 성숙한 상태로 출현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찰스 리바인의 말이 옳을 수도 있지만 이 기술이 다른 국가에서 좀더 빠르게 성숙해왔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드물다. 실리콘밸리에서부터 월스트리트에 이르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한결같이 일본과 스칸디나비아를 지적한다. 이 지역의 평균적 소비자들은 전화를 통해 가장 기초적인 인터넷도 접속한다.

세계적으로 분명한 성공을 거둔 유일한 제품은 NTT도코모의 I-모드 서비스다. I-모드는 그 모양과 작동 방식이 미국 버전과는 완연히 다른 컬러 화면과 소형 그래픽을 제공한다. 미국 버전은 대체로 텍스트 전용의 작은 흑백 화면만을 제공할 뿐이다.

NTT도코모의 I-모드 서비스는 1월 중순경 177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집함으로써 미국 무선 인터넷 기업의 성장률을 훨씬 능가하게 됐다.

일본은 미국에 비해 컴퓨터를 통한 인터넷 접속이 보편화돼 있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의 소비자들에게는 e-메일과 인터넷에 접할 수 있는 최초이자 유일한 방법이 I-모드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과 일본의 비교는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없다.

한편으로는 일본 나름의 사회적 관습이 무선 인터넷 기술의 사용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있다.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일본인들은 소비자 전자 제품 기술을 잽싸게 채택해 오락용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버스나 레스토랑같은 공공장소에서 전화로 얘기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일본의 사회적인 관습때문에 사람들은 조용한 인터넷 접속을 선호한다는 추측도 있다.

뿐만 아니라 I-모드 전화를 사용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나 이 기술을 지원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일본의 기술이 사용하는데 있어 미국과 유럽의 WAP 기술보다 훨씬 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T&T가 NTT도코모에 투자함으로써 미국도 일본 방식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양측 기업들은 그들이 I-모드 기술을 AT&T 무선 서비스에 어떻게 통합시킬 것인지에 대해 아직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마벨은 일본식의 체험을 자사의 고유 제품 속에 추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쁜 발상은 아닐 것이다. 기술 업계는 경기회복에 대한 장미빛 전망에 빠져 있었지만 미국의 일반인들은 이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의 추측에 따르면 미국의 약 600만 명이 간헐적으로나마 일종의 무선 데이터 접속을 이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모바일 기술에 관심이 없어 이 업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스프린트의 가입자 수를 이용하면 소비자들의 e-메일, 뉴스, 주식정보 상황과 간단한 게임같은 인터넷 서비스들의 사용 방안에 대한 수용 여부까지 알 수 있다.

스프린트 PCS는 지난해 말까지 100만 명의 가입자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그중 절반 가량이 무료 시범 사용 서비스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프린트 PCS에서부터 모토롤라에 이르기까지 휴대폰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방식으로 제품 설명을 해야한다고 충고한다.

따라서 스프린트의 ''무선 웹''이라든가 ''모바일 인터넷''같은 문구가 확고히 자리잡게 됐던 것은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납득할 것으로 여겨지는 것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넷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광고 내용과 실제 사용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 원래 이런 문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이런 현실에 심하게 반발하게 됐다.

모바일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서비스는 적은 수의 사이트에서 느려터진 텍스트에 접속할 수 있는 것이 고작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에는 신뢰성면에서 상당한 격차가 있다. 모바일 서비스가 제대로 실행되긴 하지만 그것은 1994년경의 인터넷 수준에 불과하다.

텔레콤 컨설팅 기업인 아이질로트 리서치(iGillott Research)의 CEO인 아이안 질로트(Iain Gillott)는 "업계의 과대 마케팅으로 인해 사람들은 축소된 HTML 화면을 모바일상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습관적으로 모바일을 사용하는 사람들조차도 이 서비스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소비자 전자제품 소매상인 라이언 베스트는 모바일 폰을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 이상의 속도로 주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이 기술이 광고대로 폭넓게 사용될 수 있으려면 많은 점이 개선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베스트는 "그런 제품들도 플러그인 할 수 있는 키보드를 갖춰야 한다. 인터넷 접속을 위한 기존의 URL 입력 방식은 너무나 느리고 번거롭다"고 말했다.

닐슨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모바일 폰으로 그들이 이용한 서비스와 이용한 서비스 중 특히 맘에 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모바일 폰을 통한 서비스에 불만족스러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소비자들은 서비스 이용이 어렵다고 불평하면서 기술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는 제품 사용을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밝혔다.

느린 접속은 참을 수 없다

이 기술 옹호자들은 신세대형 표준들이 준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들이 지적하는 표준은 WAP 텍스트 기반 시스템과 일본에서 인기있는 I-모드 시스템을 결합한 것이다.

차세대 고속 네트워크가 보편화되면 3라인 텍스트 기반 인터페이스의 제작을 부추겼던 속도 및 프로세싱 한계가 사라지고 전화 화면으로 그래픽과 멀티미디어를 즐기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핸드헬드 컴퓨터와 휴대폰 간 구별도 없어질 것이다. 교세라(Kyosera)와 삼성같은 기업들은 팜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키보드와 대형 화면을 내장시킨 전화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수지를 맞추는 일은 좀더 어려워질 것이다. 캐리어들은 무선 음성 서비스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지만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수익 마진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캐리어들은 데이터 서비스로 이런 격차를 해소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누구나 모바일 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려면 캐리어들은 새로운 기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개선된 인터페이스를 갖춰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I-모드가 미국에 상륙할 가능성을 희망적으로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닐슨은 "I-모드보다 더 좋은 제품이 나오게 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그 제품쪽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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